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인 명절 인사성 현수막 설치

명절 때마다 거리 뒤덮는 ‘인사 현수막’ 낭비인가 소통인가
교차로·시장 등 유동인구 많은곳
대부분 불법… 통념상 임의 설치

  • 기사입력 : 2022-09-14 20:16:28
  •   
  • ‘건강한 추석 보내세요. -경남도의원 ○○○-’

    ‘고향길 안전하고 편하게 다녀오십시오! -☆☆시의원 □□□-’…

    명절마다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이름·얼굴 알리기 목적의 인사성 현수막은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첫 명절이기에 상대적으로 게첨된 현수막은 적었지만, 교차로·시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가로수·가로등을 지지대 삼아 설치된 현수막이 2~3개씩은 보였다.

    이들 현수막은 대부분 불법이라는 것이 행정의 설명이다. 원칙은 사전에 신고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사회 통념상 임의로 설치한 후 명절 등 기간이 지나면 행정이 대신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창원의 한 거리에 정치인과 정당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12일 창원의 한 거리에 정치인과 정당의 추석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관행적인 행동 이제는 자제했으면”= 정치인들의 명절 인사성 현수막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은 편이다. 지정된 곳이 아닌 지점에 설치되면서 도시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보행자 통행 방해, 운전자 시야 방해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 원단에 특수용액으로 색을 입히는 현수막 특성상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현수막은 매립할 경우 분해가 잘 안되고, 소각할 경우 다량의 온실가스와 유독물질이 배출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현수막 1장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6.28㎏ 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선 현수막 설치에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높았다.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만난 시민 정모(29·여)씨는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현수막이 설치돼 있어 괜히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무슨 현수막인지 한번 쳐다봤지만 ‘추석 잘 보내라’는 당연한 문구에 어떤 성의나 의미도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모(56)씨는 “정치인들이 문자로도 명절 인사를 보내는 상황에서 현수막 설치는 다방면에서 낭비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차라리 거리에 직접 나서서 주민들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상 속 정치로 바라봐줬으면”=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지역 시의원 A씨는 “의정활동의 일부로 봐주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선거철만 끝나면 시민들이 지역 정치인들에게 무관심해지는 상황에서 명절이란 계기로 인사와 활동사항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관행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역 정치인으로서 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며 “다수 의원들은 시민들이 느낄 불편사항을 고려해 현수막을 무질서하게 설치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B씨는 “지정게시대를 이용하는 등 합법적인 방법이 있지만 시기·장소 등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불법 여부는 법적으로도 해석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시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현수막을 통해 지역 정치인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간접적으로나마 덕담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창원시 건축경관과 등 도내 행정당국은 정치인들의 현수막 설치는 엄격히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8조 4항에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이 있지만 명절 인사 현수막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에서는 지난 2017년 정치인 불법 현수막을 단속해 과태료를 물렸다가 이의제기로 법원에서 과태료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관련 법적 해석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원시 건축경관과 관계자는 “대부분 정치인들이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설치해왔고 행정 또한 사회 통념상 별도 과태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설치된 현수막은 각 구청에서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부터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타지역에서는 올 추석 기간 기초·광역 의원들이 스스로 현수막 게첨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5일 광주시의회 의원 23명은 추석 기간 현수막 게첨을 않겠다는 공개 결의를 다졌고, 광주 서구의회 의원 일부도 ‘불법현수막을 걸지 않겠습니다’란 제목의 지목 캠페인을 진행하며 현수막 설치 근절에 나섰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