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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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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82) 아동학대로 트라우마 생긴 경호

새엄마와 만남, 아픔의 시작… 폭력의 굴레 벗어났지만 마음의 상처 그대로
초등학생 때 친부·계모 가정폭력 시작돼
할머니, 선생님 연락 받고 아동학대 신고

  • 기사입력 : 2022-09-12 19: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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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3학년인 경호(가명·18)는 소아정신과 진료로 지난해 학교를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마음이 아파서다. 아직 스물이 채 되지 않은 경호의 마음 속엔 가정폭력이라는 응어리가 깊게 맺혀 있다.


    “이유 없이 맞았어요. 숙제하기 싫다거나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말만 해도 때렸으니까요. 창문 밖으로 던져질 뻔하기도 했고요. 그때 생긴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로 환경이 바뀌면 몸과 마음이 아파요.”

    경호네는 친부모가 다단계사업에 빠져 빚이 생기면서 불화가 시작됐다. 결국 경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혼했고 아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행복할 줄 알았던 새엄마와의 만남은 아픔의 시작이었다. 친부는 계모의 언어적 폭력을 지켜보거나 오히려 경호를 몰아세웠다. 고작 열 살 나이의 경호 몸과 마음엔 시퍼런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할머니는 그저 잘 키우겠거니 생각했다. “혹시라도 재혼 가정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방학이 되면 마산에 내려오라고 해서 내가 돌봤어요. 연락이 잘 안돼도 제 아비가 있으니 믿었는데 어느 날 경호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중학교에 가야 하는데 교복이 없어 등교를 못한다고요.”

    매질과 방임에 지친 경호가 집을 나온 후 학교에서 이를 알게 됐다. 선생님의 연락으로 할머니는 비로소 경호가 제대로 보살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는 “내가 신고했어요. 아동학대라고요. 내 자식이지만 어린애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폭력의 굴레에선 벗어났지만 상처는 크게 남았다. 늦은 밤까지 식당 일을 하던 할머니는 대장, 위, 갑상선, 어깨 관절 등으로 수차례 수술을 하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경호의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공공근로를 하는 등 힘겹게 버티던 할머니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아들들까지 말썽을 부렸다. 할머니는 “아들이 내 명의의 휴대폰과 TV 유료결제로 380만원을 썼어요. 자식이라서 신고도 안된대요. 갚을 길이 없어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심리적 안정을 잃은 할머니는 몽유병으로 무릎이 깨진 채 잠자리에 돌아올 만큼 힘들어했다. 옥죄는 고통에 할머니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혼자 남을 경호가 걱정이 돼 지금은 약을 챙겨 먹고 상담도 빠지지 않고 간다고 했다. 상처 입은 할머니와 손자는 서로가 버팀목인 셈이다.

    부모에 대한 마음을 묻자 경호는 단호했다. “진실된 사과를 받은 적이 없어요. 때린 걸로 모자라 내 이름의 휴대폰으로 80만원의 빚을 졌더라고요. 지금까지 갚지 않아 제 이름으로 된 휴대폰도 개설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됐어요. 용서해 줄 생각도 없고요. 그냥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경호는 “아빠 같은 어른은 안되고 싶어요. 원하는 직장에서 착실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할머니를 잘 돌보고 싶어요.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다정한 아빠가 될 거예요”라고 답했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경호는 할머니와 자신의 병을 치료하면서도 미래와 진로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학 진학과 자립을 위해 지역사회 내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9일 16면 (81) 단칸방서 생활하는 현희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49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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