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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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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화재사망인 줄 알았는데' 다른 범행 숨기려 한 살인이었다

지인에 수면제 먹이고 원룸에 불 질러 숨지게 한 30대
지인 휴대전화로 190만원 이체 사실 숨기려고 범행…검찰, 무기징역 구형

  • 기사입력 : 2022-08-20 11: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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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단순 화재 사망사고인 줄 알았던 사건이 또 다른 범행을 숨기려고 벌인 방화 살인 사건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1시 40분께 울산시 남구의 4층짜리 원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20여 분만에 진화했는데, 불이 난 3층 원룸 방 안에 거주자인 3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미 원룸 해당 호실 내부에 불이 상당히 번진 상황에서 주민들 화재 신고가 들어온 점을 이상하게 여겨 범죄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공동주택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든, 음식물 탄화든 냄새가 퍼지면서 화재 초기에 신고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번 화재는 내부에서 불이 순식간에 번진 후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마침 불이 난 층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고, 이를 분석한 경찰은 화재 신고가 접수되기 20분 전쯤 후드티를 입은 젊은 남성이 해당 호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더군다나 이 남성은 문을 닫으면서 지문을 지우려는 듯 손잡이를 닦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한 손에는 흰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경찰이 이 남성의 동선을 계속 추적하니, 불이 난 원룸과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남성 손에 있던 비닐봉지가 사라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해당 지점의 한 전봇대 인근에 이 남성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봉지를 발견했는데, 안에선 흰색 가루가 뿌옇게 든 양주병과 캔 커피, 물티슈 등이 나왔다.

    경찰은 흰색 가루가 수면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사망한 B씨 휴대전화 통신내역 분석에 들어갔다.

    불이 나기 전 B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전화번호가 중년 여성 소유 명의로 된 것으로 나오자,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이 중년 여성에게 30대 아들 A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원룸에서 나온 남성과 A씨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중년 여성 집 주변 CCTV를 분석했는데, 역시나 후드티를 입은 남성이 당일 오전 2시쯤, 즉 화재 신고가 들어온 지 약 20분 뒤 이 중년 여성 집에 들어갔다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즉시 위치추적 등을 통해 A씨가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에 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서울 경찰에 공조를 요청해 결국 당일 낮 1시께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검거했다.

    조사 결과, A와 B씨는 구치소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로, A씨가 지난해 9월쯤 출소해, 앞서 사회생활을 하던 B씨와 연락하면서 가까워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씨는 가족들 잔소리를 피해 종종 B씨 원룸에 가서 지냈고, 자연스럽게 B씨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범행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 15일 새벽 A씨는 자신이 즐기던 모바일게임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B씨 휴대전화로 몰래 190만원 상당을 이체했다.

    이후 B씨가 '새벽에 모르는 사람에게 돈이 이체돼 있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등을 A씨 자신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상담하자 A씨는 자신이 이체한 사실이 들통날까 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당일 밤 이미 취해서 귀가한 B씨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며 연락해 B씨 집을 찾아가 수면제가 든 양주를 마시게 하고, 잠들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B씨가 잠든 직후에도 B씨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260만원 상당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에게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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