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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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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북면통신 - 김흥구 (행복한요양병원 공감소통이사장)

  • 기사입력 : 2022-08-17 21: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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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늘한 바람이 인다. 소나무 숲에 앉아 보이지 않는 골바람에 더위를 식힌다. 천주산을 오르다 보면 만남의 광장이 있다. 모든 길은 여기를 통한다. 정상을 오르는 길도 이곳을 거쳐 가고, 조망 좋은 전망대 가는 길도 여기를 스쳐 가고, 함안 경계를 가는 길도 이곳을 지난다. 약속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주말이면 늘 사람으로 붐비는 길목이다. 여기서 달천계곡 방향 200m 아래 지점에 체력 단련장이 있다. 솔향 가득한 제법 넓은 부지에 이런저런 운동 기구가 있고, 휴식을 위한 평상이 있다. 나는 여기서 쉰다. 청정하고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은 산 주인이신 신령님이 머물 법한 곳이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다. 산을 향하는 길가에는 미나리 삼겹살 맛집인 ‘천돈’이 있고, 마당에 오래된 소나무가 정원수인 ‘노송가든’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단체 손님이 많았던 족구장을 구비한 ‘달천동 가든’이 있고, 맨 끝집인 염소불고기 전문점 ‘진달래 가든’을 지난다. 다리를 건너고 비탈진 고갯길을 올라 달천계곡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을 올라 한 바퀴 돌면 소요 시간은 3시간 남짓. 몸은 가뿐하고 땀과 일체가 된다. 활기 차고 상쾌한 하루 일이다.

    큰 더위 대서가 지나고 가을 입구인 입추를 지났다. 절기라는 것이 인간 생활의 편의 도모를 위한 지혜의 산물로서, 일년을 24 단위로 매듭 지은 것이다. 정작 절기 자체는 때가 되면 무덤덤하게 소임을 다하고 물러서지만, 분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초복 중복 말복이면 삼계탕 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침이면 들판을 걷는다. 신선하고 풍요롭다. 가지런하게 촘촘히 줄 지어선 벼들이 풍년을 기약한다. 긴 가뭄에도 장마 시절의 강우량과 낙동강변 수리 시설의 완비로 물 부족을 잘 견디고, 큰 태풍이 없는 덕에 힘겨워 누운 벼가 없이 늠름하다. 올추석 차례 상에는 햅쌀로 정성스레 지은 밥이 조상님을 뵙게 될 것이다.

    요즘은 산불이 많다. 대체로 지구온난화를 위시한 기후변화로 추정되고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제1호 국립공원인 ‘옐로스톤’과 환경 보전이 뛰어난 ‘요세미티 공원’에 대형 산불이 났다. 유럽도 기상 이변으로 홍수, 가뭄, 폭염과 함께 스페인, 포르투갈과 프랑스, 독일에도 산불이 빈번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울진 산불과 밀양 산불의 끔찍한 기억이 선명하다. 인간의 끝없는 문명 발전의 추구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욕망의 산물일 것이다.

    북면에는 28개 산불예방 초소가 있다. 굴현고개-동전 사거리 구간 11명, 동전 사거리-신촌주유소 구간 9명, 신촌주유소-초소마을 구간 8명, 이렇게 3개 조로 편성돼 있다. 이 지역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이분들은 대개 가을부터 한 겨울을 거쳐 바람 많은 초봄까지 근무한다. 이분들의 근무 여건은 열악하다. 겨울에 추위를 피할 초소 상태는 목불인견이다. 가히 건축물로 보기에는 설명할 단어가 없고, 폐자재 재활용도 이것은 아닌 듯하다. 올해 예산 3.5조인 자랑스러운 창원특례시가 좀스러워 보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건축 허가민원과의 승인 사항인지도 궁금하다.

    저녁 식사는 소식을 한다. 집사람의 요리 솜씨는 과식을 불허한다. 다행히 당뇨에는 좋다. 마나님과 마요(반려견)와 산책을 나선다. 줄지어 선 여러 다육원을 지나며 걷는다. 북면 로터리에서 중방마을 방향으로 돌면 왼쪽에는 천주산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 채 따라오고, 우측에는 ‘덕산아내 2차’에서 저 멀찍이 ‘푸르지오’까지 야경 좋은 감계 신도시가 펼쳐진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걷다 보면 늘 손님들로 붐비는 아뜨리에 빵집을 지난다. 식습관의 서구화로 저녁에도 빵을 드시는 분들이 제법 계신 듯하다. 그 옆에는 지역의 원거리 통학생을 위한 ‘북면1고등학교’ 교사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기운 좋은 터에 명문고의 탄생이 예고된다. 참 살기 좋은 고장이다. 이상은 북면 통신원 ○○○입니다.

    김흥구 (행복한요양병원 공감소통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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