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구 중 25%가 관련 종사자
파업 후 발길 끊겨 상권 침체
가족 걱정에 매출 걱정 ‘이중고’
시장 상인·주민 파업 타결 환영
“상권 활성화 등 좋은 소식 기대
남겨진 노사문제 한편으론 걱정”
출퇴근 시간대면 자전거·오토바이를 탄 조선소 종사자들이 거리로 쏟아지는 이곳, 거제는 조선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울고 웃는 도시다. 지난 5년여간의 불황 속 수없이 울다가 이제야 미소를 짓기 시작한 이들에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과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은 또 다른 두려움이자,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조선소가 위치한 옥포동 상인들은 더더욱 그랬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타결 다음 날인 23일 거제시 옥포동 옥포국제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김용락 기자/“정말 됐습니까? 내 정신이 업시가 몰랐는디, 인자 맴이 좀 놓이네.”
23일 오전 10시, 거제 옥포국제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은숙(75·여)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끝났다는 말에 반색을 표하며 말했다. 이씨는 남편과 아들이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다녔고, 지금은 사위가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파업 소식을 듣고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사위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과거 겪었던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파업 후에 손님도 줄고 시장 분위기도 안 좋았다”며 “파업도 끝났으니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매출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전날 대우조선 파업이 마무리됐음에도 시장인근엔 여전히 상인회나 지역 단체 명의로 ‘거제 경기는 조선소와 함께합니다’, ‘파업사태의 종식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등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거제시 인구는 24만여명으로 대우조선해양 관련 종사자와 가족은 6만명가량으로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파업 타결 소식에 환영하며 앞으로 좋은 소식만 있길 소망했다. 시장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이모(67)씨는 “대우조선이 있기에 거제란 도시가 돌아가고 있다. 파업 후 시장에 사람들 발길도 끊기고 매출도 줄었다”며 “휴가철이니 당장에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좀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문정해(66·여)씨는 “앞으로는 서로 갈등보다는 화합해서 대우조선이 다시는 그런 파업을 안 했으면 좋겠다. 파업하면서 거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라며 “지금까지 거제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언급됐는데 앞으로는 활기찬 관광도시의 이미지로 국민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직 대우조선해양 노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닌 만큼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황초규 거제 옥포국제시장 상인회 회장은 “파업 후 전통시장은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 이제는 매출이 늘어날 거 같아서 기대는 된다”며 “하지만 아직 대우조선에 남겨진 문제가 남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근 식당가도 협상 타결 소식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8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동지(57)씨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때도 이 정도로 매출이 적었던 적이 없었다. 파업 전에는 평일, 주말할 거 없이 식사 시간 때면 손님으로 꽉 찼는데 파업이 시작되니 대폭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은 문제도 잘 해결되어서 거제 경제가 전체적으로 부흥하길 바란다”고 바람을 말했다.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윤모(50·여)씨는 “파업이 장기화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타결이 돼 일단 안심이 되고 앞으로 매출도 지금보다는 늘 거 같다”고 했다.
한편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서문에 전국 16개 시·도에서 온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가 도착했다. 전날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지만, 노조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찾은 전국 시민들이다. 희망버스는 2011년 해고노동자 김진숙씨가 309일간 대형 크레인에 오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 촉구 등 고립돼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기 위해 15차례 운행됐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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