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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남 민심이 등 돌리는 순간-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7-18 20: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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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른다. 불과 취임 2개월여 만이다. 대선 득표율(48.6%)보다 낮다. 지지층이 이탈하고, 국정운영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는 함축된 의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는 모양새가 달라질 것이란 믿음을 거둬들이는 방증이다.

    특히 균형발전에 기대를 걸었던 비수도권은 냉랭하다. 대선 판세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불린 경남 민심은 전국 득표율보다 높은 58.2%의 지지를 보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 ‘압승’을 안겼다. 이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반응은 담대하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지율을 올리거나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최근 정부 인사들의 수도권 편향 발언도 귀에 거슬린다.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설에 대해 지방대학은 학령 인구 급감과 미달 사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비수도권대학 총장들은 박순애 사회부총리에게 수도권 대학 정원 완화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주무장관의 답변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원 장관은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하는 획일적인 분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심 이반 조짐을 놓고 정치권에선 “대통령 참모들이 안 보인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에 “노(NO)”라며 제동을 걸 측근의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 별칭은 ‘엽기 수석’이다. 거침없는 말투와 유머로 청와대 참모조차 사석에선 그렇게 불렀다. 노 대통령과 맞담배는 물론 회의 중 졸기도 다반사였다. 정치권이 그를 높이 산 부분은 ‘쓴소리’다. 회의에서 노 대통령에게 ‘직언’했다가 혼난 일화가 있다. 노 대통령은 정색했다. “당신은 경기고, 서울대 나온 사람이니까 포시럽게 살지 않았느냐. 나는 고등학교밖에 못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몰아붙였다. 이후 유 수석은 입을 닫았다고 한다. 직언할 참모가 하나둘 떠나고 노 대통령의 독주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로 이어졌다.

    자기 진영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서슬 퍼런 정권 초기엔 더하다. 대통령은 정보 독점이 가져오는 아집과 독선에 서서히 사로잡힌다는 게 통설이다. 누구도 대통령 면전에서 반대하기 어렵다. 권력 주변에 ‘예스맨’만 들끓으면 확증편향의 허상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직설적 화법은 윤 대통령의 장점으로 꼽힌다. 전례없는 ‘도어스테핑’으로 최전선에서 여론의 화살을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부정적 효과가 더 부각된다. 인사 실패 비판에 “전(前)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검찰 출신의 편중 인사 지적에는 “과거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 도배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 불통과 독단의 전조(前兆)가 엿보인다. 대통령은 위기 극복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걸핏하면 전임 정권을 탓하고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권력은 결코 힘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통령의 권력은 곧 설득력이다.’(리처드 뉴스타트. 대통령의 권력)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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