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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로 탄소중립 완성을] (3) 해외 사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하수 열에너지 활용해 인공섬 신도시에 냉난방 공급

  • 기사입력 : 2022-07-04 22: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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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네모 위 삼각형을 하나 얹어놓은 듯한 건물들이 운하를 따라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그중 유난히 사람이 북적이는 초록대문 건물은 빛의 화가로 불리는 ‘램브란트(Rambrant)’가 1639년부터 살던 집으로 지금까지 램브란트 갤러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400년 전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자 난방에 천연가스 보일러를 주로 사용하고, 에너지 포집을 위한 너른 공간이 부족한 이 도시는 광범위한 에너지 혁신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암스테르담은 신도시 지역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대규모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2040년까지 천연가스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2050년까지는 도시 전체가 탄소중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간척과 콘크리트 파일 연결로 인공섬을 만든 암스테르담 동부 신도시인 에이뷔르흐(Ijburg) 지역 중 센터 아일랜드(Centrumeiland)는 냉난방에 수열·지열·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미리 설계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에이뷔르흐 지역의 주택 전경.
    에이뷔르흐 지역의 주택 전경.
    에이뷔르흐 지역 2단계 사업 지역인 센터 아일랜드의 ATES 설비실에서 이텍(Eteck) 마이클씨가 난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뷔르흐 지역 2단계 사업 지역인 센터 아일랜드의 ATES 설비실에서 이텍(Eteck) 마이클씨가 난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00~400년 된 역사적 건물이 즐비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암스테르담’.
    300~400년 된 역사적 건물이 즐비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에이뷔르흐= 암스테르담 교통의 중심, 센트럴역에서 트램(노면전차)을 타고 동쪽으로 15분만 가면 암스테르담 구도심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강변 주택에는 개인용 보트들이 집집마다 정박해있고, 테라스를 갖춘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에이뷔르흐(Ijburg)라 불리는 이 곳은 6개의 섬으로 구성된 거주 중심지역.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1단계 사업이 완료됐으며 센터 아일랜드(Centrumeiland) 지역을 포함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1단계 사업에서부터 건물 냉난방과 전력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대표적인 곳이 전 세계에서 첫 제로에너지 호텔인 포 엘리먼츠 호텔(Four Elements Hotel)이다. 이 호텔은 이름은 바람·흙·물·불 4가지 요소를 담은 데서 왔다. 냉난방은 흰개미집에서 단서를 얻은 ‘자연바람’ 환기 시스템과 ‘수열’ 저장고를 활용해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호텔 내부나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에너지원 하나로 ‘태양열’을 쓰니 4가지 요소가 제대로 포함돼 있다.

    “10층에 올라가면 오른편에 빗물이 모이고 있는 설비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호텔의 모든 에너지를 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든요. 같은 층에 전망이 좋은 바(BAR)도 있는데 지역에서 나는 데낄라만 이용해서 칵테일을 만들고, 수입 술을 쓰지 않아요. 들여오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니까요. 손님들이 헬스장 기구(아크트레이너)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도 놓치지 않죠.”

    포 엘리먼츠 호텔(Four Elements Hotel) 직원 조이스(Joyce)씨로부터 호텔의 신념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설명을 듣고서 호텔방에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벽면에 이끼로 층수를 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투숙객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호텔 방 내부에서도 친환경 호텔의 면모가 드러났다. 방 내부 벽면은 자원을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마감만 해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고,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냉장고가 없었다. 호텔 안내문은 나무판자에 새겼고, 물컵은 모두 자체적으로 맥주와 와인병을 잘라 다듬어 만든 것이었다.

    세계 첫 제로에너지 호텔인 포 엘리먼츠 호텔 전경.
    세계 첫 제로에너지 호텔인 포 엘리먼츠 호텔 전경.

    ◇ 에이뷔르흐 센터 아일랜드의 지역 냉난방= “이 같은 규모의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주택 건축물 조합은 네덜란드에서 유일해요.” 포 엘리먼츠 호텔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니 시끄러운 기계장비 소리가 공사현장임을 알려준다. 이곳은 지난 2018년께부터 에이뷔르흐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센터 아일랜드(Centrumeiland) 지역. 에너지 회사인 이텍(Eteck)의 설계기획자 마이클 반더버그(Michael Vandenberg)씨가 자신들의 설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텍(Eteck)은 이 지역에 1500여개의 주거용 냉난방 에너지를 위해 수열에너지 시스템 중 하나인 대규모 어테스(ATES)를 구현하고 있으며 향후 30년간 이 지역 주택들에 냉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부터 일부 주택 입주가 시작돼 현재는 70~80가구에 ATES를 이용한 냉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 히트펌프 설비실이 마련돼 있으며, 각 건물마다 원하는 온도를 맞춰줄 건물별 히트펌프가 설치돼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가정에서 샤워, 요리 과정 등에서 쓰인 따뜻한 가정 폐수의 열까지 다시 재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냉방과 난방에 쓰일 열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그는 “열을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에너지원의 냉온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곳은 아이미어(Ijmeer) 호수가 인접해 너무 많은 열을 추출해냈을 경우 등 에너지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을 때 호수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밝혔다.


    ◇ATES의 개념과 장단점=그렇다면 센터 아일랜드에 대규모로 설치되고, 암스테르담을 비롯해 네덜란드 전지역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수열에너지 시스템 일종인 ATES는 무엇일까. ATES는 ‘Aquifer Thermal Energy Storage’ 약자로 자연적으로 생성돼 있는 지표층을 열 저장매개로 이용한 ‘대수층(지하수층) 축열시스템’을 뜻한다. 계절 간의 온도 차를 활용한 것으로 여름에는 지표 아래 지하수(7~10℃)로부터 냉기를 얻어 냉방을 하고, 열기는 온열 저장고로 이동시켜 열을 저장해두고, 겨울에는 반대로 온열 저장고에 있는 물(15~20℃)을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하 2~5㎞ 아래 깊은 층을 시추해 지구의 열을 추출해 사용하는 지열과는 달리 지표 아래 150~500m 내외에서 대수층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며 상대적으로 시추 비용이 저렴하다. 건물 차원에서는 물론 지역 단위로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비트빈 앤 보스(Witteveen+Bos)사 대체에너지 엔지니어 살레 모함마디씨는 “ATES는 지표면 아래 알맞은 컨디션의 대수층만 있다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처럼 공간이나 부지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냄새나 소음을 생성하지도 않으며, 외관에 드러나지 않는 데다 위험 요소가 없다”며 “장소에 제한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인구, 건축물 밀도가 높은 도시 환경, 대체 에너지원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도 가능한 것이 장점이며, 근접 지역의 모든 다른 에너지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허브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표로부터 150m 아래 50m 두께의 투과성 모래층(대수층)이 풍부한 암스테르담 지역을 비롯해 네덜란드 국내외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서 ATES를 사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30년 전부터 사용된 기술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시키는 과정과 관련된 조사가 완료된 단계이기 때문이다. ATES를 이용한 냉방 시 최대 90% 에너지를 절약하며, 이산화탄소를 40~90%가량 저감시킬 수 있다.

    암스테르담 시청 관계자는 “ATES는 매우 지속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로 스마트시티 환경과도 연계되며 신도시 계획지구와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들에서 냉난방을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원하는 냉난방 온도를 맞추기 위한 히트펌프 사용 시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가스 가격이 오르고 있고, 새 주택/건물에서 가스를 이용한 난방 사용이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ATES 시스템 사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 대도시 문제 연구소(AMS·Amsterdam Metropolitan Solution) ‘기후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에서 전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메바 당(Meava Dang)은 올해부터 시청, 델프트 공과대학 등과 협력해 ATES 등 도심에 충분한 열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저장 용량을 조사하고 있다. 단순 적용에서 나아가 사용 가능한 공간, 수요 및 공급의 가변성을 고려한 통합 설계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메바 의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열 수요 밀도가 가장 높은, 암스테르담의 역사적 건물에 설치된 냉난방 에너지의 개조 방식을 제안하고, 운하의 수열에너지, 잔열 등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난방 해결책을 찾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려 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살레 모함마디 (비트빈 앤 보스사 대체에너지 엔지니어)

    “ 한국 수열에너지 온도 높고 기온차 뚜렷… 네덜란드보다 더 많은 열에너지 추출 가능”

    살레 모함마디 비트빈 앤 보스사 대체에너지 엔지니어
    살레 모함마디 비트빈 앤 보스사 대체에너지 엔지니어

    -센터 아일랜드 개발 프로젝트에서 수열에너지인 ATES 어떻게 적용하게 됐나.

    △2016년에 이 지역에 적용할 에너지 시스템을 정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당시 주변의 발전소의 고온 폐열을 가열원으로 사용하는 방식 등 여러 에너지 시스템을 고려했는데, 이 섬이 직사각형의 형태로 구성된 데다 지표면 아래를 면밀히 조사해보니 투과성 모래층이 있어 ATES에 적합한 환경이라 판단해 도입하게 됐다.

    -부산에코델타시티 수열에너지 용역을 수행했다고 들었는데, 한국도 ATES 적용이 용이한가.

    △코로나로 직접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자료를 받아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수열에너지 적용 실현가능성 용역을 수행했다.

    한국 지표면의 물, 강, 댐 등에서 얻는 수열에너지를 조사한 결과, 네덜란드보다 평균 5도 정도 높은 데다, 계절 간 기온 차가 네덜란드보다 뚜렷하기에 더 많은 열에너지 추출할 수 있다고 본다. 센터 아일랜드는 Ijmeer 호수에서 열에너지를 추출하는데, 평균 온도가 15도 이하인 반면 한국은 20~25도 사이이기 때문에 열을 재활용하는 데에 있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이 ATES 적용하기까지의 난관은.

    △ATES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여전히 ATES를 (지진 등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일종의 지열에너지로서 간주하고 있다는 점, 네덜란드에는 토양구조에 관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 존재하는 반면 한국은 하층토에 관한 데이터가 부족해 특정 장소가 ATES에 적합한지 조사하려면 테스트를 일일이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또한 법적으로 ATES가 대체에너지로 포함되지 않아 ATES는 아직은 한국에서 실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여기지 않고, 프로젝트 구성과 협의, 허가 문제가 확실히 나뉘어있지 않은 점도 난제들 중 하나라고 느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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