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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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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내 편 하나-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7-03 2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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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님, 2번이나 가출했다가 잡혀 온 녀석인데 또 찾으러 가야 합니까?”

    “4번, 5번이라도 가야 하네!”

    “또 가출할 것이 뻔한데, 왜 그래야 합니까?”

    1987년 초임발령을 받은 나는 여러 번 가출한 학생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는 선배 홍 선생님의 주장에 화가 났다. 아직 학교에 적응도 못 했는데, 가출한 녀석들을 찾아서 밤늦게까지 시내와 인근의 도시까지 뒤지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교사는 가출한 학생도 보호해야 한다는 홍 선생님과 함께 그날도 가출한 학생을 찾아내어 부모님에게 맡기고 보니 새벽 3시였다. 둘이서 말없이 포장마차에 앉았다. 소주를 몇 잔 들이켜고 나서 홍 선생님이 말했다.

    “아까, 왜 또 가출할 녀석을 찾으러 가야 하느냐고 물었지? 물론 그 아이는 앞으로 졸업을 할 수도 있고, 또 가출해서 우리가 찾지 못할 수도 있어. 그가 사회에 나가서 잘 살면 다행이야. 하지만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지. 그 순간 자기가 살아온 날을 돌아보게 돼. 그때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만은 하지 않게 돼. 죽음 앞에서 망설였던 내 제자의 고백이었네. 세상 모든 사람이 포기해도 교사만큼은 아이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그 이유이네.” 아, 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최근 한 신문은 청소년 자살이 전체 자살 인구의 22%라고 보도했다. 그 바탕이 되는 이유가 자존감 상실이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하나가 바로 ‘단 한 사람의 내 편(one caring adult)’이라고 설명했다. 학술 용어로 쓰이는 이 말을 나는 30여년 전에 들었다.

    누군가 끝까지 신뢰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가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 어디서도 인정되는 보편적인 판단인 것 같다.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나를 의지하고자 하는 자녀나 학생, 청소년에게 나는 정말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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