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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 수석전문위원

“노동자서 언론·의회로… 세상 바꾸고 싶어 굴곡지게 살았죠”

  • 기사입력 : 2022-06-30 08: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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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걸 보면 못 참아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굴곡지게 살았지.”

    노동자로 시작해 언론을 거쳤고, 결론적으로 별정직 공무원이 됐다.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인 황외성(59)씨 이야기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지금의 자리를 찾았다고 했다. 잘못된 걸 보면 바꾸고 싶은 본성이 자꾸만 할 일을 찾더라고 부연한다.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노동환경 개선 위해 노동법 일독= 그의 첫 직업은 노동자였다. 민주화운동 바람이 거세던 1980년대 후반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일본 시계회사 ㈜한국시티즌에 입사했던 그는 본인과 동료들의 노동환경에 의문을 품었다.

    “당시만 해도 과장이 직원들 꿇어 앉히고 자로 때리고, 일 잘 못하면 반성문 써서 다른 직원들한테 사인 받아 오라 하던 시절이다.”

    그는 지역 철강회사에서 노조 간부를 하던 친구와의 대화 중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길로 서점에 가 노동법 책을 샀고, 수일 후에는 노동 관련 상담소가 있던 마산 가톨릭 여성회관을 방문했다.

    열심히 일하는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아서 되겠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회사 총무과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마이크를 달라 요구했단다. 그리고는 즉석 연설을 했다고.

    대략 ‘우리 스스로 뭉치고 힘을 합쳐서 요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나’는 내용으로 기억했다.

    그는 “자신의 연설에 뜻을 같이 하겠다 했던 동료끼리 회사에 처우 개선을 요구할 협상팀을 만들었지만 회사에서 콧방귀나 뀔 일인가. 이틀이 지나도 협상이 안 됐다”고 했다. 그래서 사내 있던 일본 기술자들 퇴근을 막았다고. 생산 시계는 흘러가는데 업무에 차질을 빚으니 그제야 회사는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동료들과 그가 이뤄낸 게 상여 600%였다.

    아무튼 시간이 또 흐르고 그 전과 다를 바 없는 노사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와 동료들은 노조를 결성하며 그는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세상 바꾸려 언론·의회로= 노동운동을 하다 보니 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가 많았었다. 전국을 다니며 노동법 개정 투쟁에 임해도 큰 변화가 없는 데서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그는 한때 국회의원 꿈도 품어봤다. 하지만 입법의 주체가 되는 것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주변에서도 ‘그러려고 노동운동 했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고, 자신의 인생을 오해받는 것 같아 그만뒀다. 무얼 해야 하나 잠깐 방황을 겪던 때였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언론이었다. 노동운동 하던 이를 받아줄 회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본인부터도 “법을 바꾸지는 못 하더라도 쓴소리 할 수 있는 직업을 하고 싶다”고 소망한 결론이었다. 1998년도, 30대 중반이었다.

    사회의 공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언론에 들어와 사회의 문제점을 짚기를 6년, 공직에 발을 들일 기회가 찾아오며 문득 공무원이 됐다. 2004년 민선3기 후반 경남도 공보물 편집위원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지원해 공무원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인생 목표와는 다소 다른 자리였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황 위원은 2012년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수석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이 다시 떠올랐다고.

    그는 “수석 전문위원은 전문성을 갖고, 책임 하에 조례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의원들의 의정 활동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의회에서 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황외성 경남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이 지방의회법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좋은 조례 만들어 지역민 삶 바꾸길= ‘수석 전문위원’에 대한 황 위원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조례의 문제 여부에 대한 내 나름대로 의견을 펴는 자리입니다. 좋은 조례가 만들어지면 지역민들의 삶이 좋아지니 대단한 자리 아닙니까?”

    의회는 다양한 민의의 공간이다. 이를 두고 수석 전문위원의 사회적 판단은 그 소관 위원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례로, 마창진 통합 이후 경유차 종합검사 건을 꼽았다.

    “종합검사가 아마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 해당되는 의무였던 걸로 기억해요. 종합검사는 5만 얼마, 일반 검사는 2만8000원인가인데, 마산이나 진해 시민들은 원래 일반검사만 해도 되는 지역이었단 말이죠. 근데 3개 시가 통합을 하면서 이걸 적용하려고 한 거죠. 근데 이게 시민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잖아요.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황 위원은 시민들 입장에서 행정이 마음대로 지역을 통합해놓고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봤다. 행정체제에 관한 특별법에는 통합으로 인해서 기존의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특례 조항을 들어 문제를 지적했다.

    “특별법에 위배된다 하니 대기환경을 위한 종합검사니까 발의한 쪽에서 환경법도 특별법이라고 맞서요. 법 대 법이 부딪치면 신법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제 의견이 받아들여졌죠.”

    환경운동가가 의회를 방문해 황 위원 때문에 창원시민들이 나쁜 공기를 먹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제가 왜 시민들한테 나쁜 공기를 먹이고 싶겠습니까. 저는 법률 검토를 근거로 시민들에 피해를 주지 않고자 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답했다.

    ◇지방자치 발전 위한 역할 하고파= 황 위원은 2019년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별정직)을 뽑을 때 응시해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획행정위원회 소관기관이 경남도의 행정국이나 기획실이라면 의회운영위원회는 우리 의회 전체가 소관기관이에요. 의회 업무 방향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곳이라 끌렸습니다. 의회 운영이 바로 갈 수 있게끔 여러 가지 전문적인 검토를 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이곳이 잘 돌아가야 집행부 견제·감시 역할도 잘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의회의 본연기능인 견제와 감시기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방의회의 발전이 곧 지방자치 발전이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의회운영위원회 황외석 수석 전문위원이 간절히 바라는 현안은 지방의회법 제정이다. 예산권과 조직권 등 의회 운영에 관한 사항들을 비롯해 인사청문회 등 의회의 가장 큰 역할로 대표되는 집행부 견제·감시를 잘 하기 위한 일체가 이 법의 골자다. 경남은 지난 홍준표 도정과 김경수 도정에서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선례가 있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못 박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집행부에서 거절하면 도리가 없다.

    의회운영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으로 3년여 전국 지방의회 네트워크인 의장협의회의 실무를 하는 운영위원장협의회를 보좌하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에 일말의 보탬이 됐기를 바라는 황 위원은, 이번 12대 도의회 때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역할을 해 진정한 의회 독립의 원년을 맞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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