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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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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교육과 교정 사이에서- 김덕현(시조시인·낙동강학생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2-06-29 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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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 무렵, 노작교육을 담당한 선생님이 왔다. 바쁜 일을 미루고 출장을 다녀오겠단다. 한 아이에 몹시 마음이 쓰였으리라.

    교육원에 한바탕 폭풍우가 휩쓸고 갔다. 새로 입소한 학생 때문이었다. 기존 아이들에게 특이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교묘한 조종, 학교급을 뛰어넘는 폭력 가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억압 등 노출하지 못할 문제들이 나타났다.

    긴급회의가 열렸다. 사회 범죄의 학습이 우려된다며 복교를 시켜야 한다는 의견 일색이다. 원적교는 복귀에 펄쩍 놀라며 ‘학교장 통고제’ 등으로 대응하겠단다. 그러면 이 학생은 ‘교육’에서 ‘교정(矯正)’의 대상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대책 회의 중 담당자와 교육연구사가 “아이가 미용에 관심이 많으니 직업체험활동을 시키면 어떨까요”라는 안을 내었다. “책임지고 관리해 보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학생을 안고 있다가 큰 사고를 치면, 교육원이 결정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중학생에게 학원수강 직업체험은 학사관련 법령 근거가 약하다”라는 등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일순간, 사고가 터지면 특종인 듯 기사를 쏟아내던 일부 언론사의 행태, 대책보다 법령을 앞세워 추궁하려 들던 당국의 대응 등이 떠올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처음부터 우범 소년으로 태어나는 아동이 있을까?

    관용이 없는 사회. 밀어내기에 급급한 ‘차단 사회’가 소년 문제를 심화시켰다면, 변화돼야 할 대상도 사회이며, 그 책임도 ‘사회’가 먼저 져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원은 경남교육청에서 회복, 성장, 치유 교육으로 그 책임을 다하고자 설립된 대안기관이기에 그 소임도 무겁고 고민도 적지 않다.

    똑똑똑! 온갖 생각으로 어수선할 무렵 박 선생님이 돌아왔다. “같이 학원을 수강하는 아주머니들 칭찬이 대단합니다. 손기술이 좋고 미용생들에게 쏠쏠한 재미도 안겨 준답니다”라며 ‘우수사례’라는 말까지 기운차게 덧붙인다. 출장길이 멀었을 텐데도 힘든 기색이 없다. 장마 끝 먹구름도 어느새 건너편 작약산을 넘어갔다. 들녘부터 환하게 밝아올 내일을 기다리며 편안한 어둠에 몸을 맡겨본다.

    김덕현(시조시인·낙동강학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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