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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분담-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6-21 2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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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의 생존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지구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이 발생하는 평균기온 1.5℃ 상승 시점을 2035년 이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의 원인은 대체로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추구해 왔던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화를 이룬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동안 환경파괴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에 의존해 저비용 고속도의 성장을 추구해 왔다. 그 결과가 현재와 같은 환경파괴 및 기후위기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비용 고속도의 산업화가 전적으로 기업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이 얼마 전까지도 생산과정에서 환경보호를 최우선에 두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성장 중심의 국가 정책과 소비자의 저렴한 상품 선호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기업은 국가의 필요와 소비자의 선호를 맞추기 위해 저비용 고속도의 생산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과 소비자가 동시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은 최근 들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도입 압력 등을 통해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양상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를 선제적으로 설정해 개별 국가별로 법제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역내 생산제품보다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역외 생산제품에 대해 배출량 초과분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 조정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탄소중립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업들은 유럽연합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수의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한국 또한 금년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됨으로써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차원의 법률적 조치만으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의무와 책임이 기업에 전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는 법률에 의존한 단속 만을 하고 소비자는 낮은 가격의 상품 선호가 계속될 경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분담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업, 소비자가 각각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먼저, 국가는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총사업체의 99%에 이르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시행돼야 한다. 이러한 지원에는 탄소중립 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비용의 지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탄소중립 상품 구매에 대한 보조 등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현재의 지속 불가능한 성장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생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탄소중립이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공급망 내에 있는 자사 관련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을 실시해 상생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이제까지의 저렴한 상품에 대한 선호를 비용의 부담을 감수하고 탄소중립 상품을 우선 구매하는 등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겪고 있고 해결해야 하는 기후위기는 그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기업이 아닌 우리 모두이며, 책임 있는 주체가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해 함께 노력해야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진병진(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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