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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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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로수-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6-16 2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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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물 머금은 가로수가 한층 더 푸릇푸릇함을 뽐낸다.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은 가지는 시원함을 더한다. 도심의 빌딩 숲속에서 꽃과 잎을 피우며 봄을 알리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로 불볕더위를 식힌다. 가을엔 낙엽을 떨구며 낭만을 선사한다. 무성한 잎과 가지를 뻗어 소음과 공해를 막고 미세먼지를 잡기도 한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무한 사랑을 주는 자연이다.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 보선 지역구에서 때 아닌 가로수 논쟁이 벌어졌다. 한 후보가 현수막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가로수 가지치기를 했다며 의혹이 제기됐고, 당 대표까지 가세해 논쟁은 더 커졌다. 가지치기의 진실은 구청의 바람숲길 조성 때문이었다. 바람숲길은 녹음이 우거져야 하는데 구청은 수종 교체를 한다며 오히려 40~50년 된 가로수 수십 그루를 베어냈다. 이후 환경단체의 반발과 시의 행정지도로 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창원 도로변에는 메타세쿼이아 수천 그루가 심겨져 있다. 1980년부터 심기 시작해 40년 넘게 자라 대부분 20여m가 넘을 만큼 웅장해 창원 명물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서 20여 그루의 가지가 볼품 없이 잘려 나갔다. 인근 아파트 공사로 옮겨 심기 위한 가지치기였지만 옮기는 과정에서 또다시 가지치기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시민들은 제 모습을 잃은 메타세쿼이아가 명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으로 도심의 가로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나아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지로 우리와 자연 생태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가로수는 오랜 시간 키우고 가꾼 도심 속 자연이다. 자연은 한 번 훼손하면 복구하기 어렵다. 너무나 흔해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를 돌아보자. 그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 나무들이 과도한 관리와 한 순간의 정책으로 치열하게 상처를 감싸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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