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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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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170)

- 온여름, 올여름, 첫여름, 늦여름, 한여름

  • 기사입력 : 2022-06-15 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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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이 오래 이어지더니 어느새 더위가 우리 곁으로 가까이 왔습니다. 덥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니 말입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 것은 여름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저희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만든 달력에는 ‘6월’을 ‘온여름달’이라고 합니다. 한 해 가운데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를 저희는 ‘온여름’이라고 하지요. 오늘은 온여름달을 보내며 ‘온여름’의 뜻과 ‘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온’을 알아보겠습니다. 말모이에서 ‘온’을 찾으면 ‘모두의’ ‘전부의’라는 뜻을 가진 어찌씨 부사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들어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요즘 우리가 ‘일백 백(百)’으로 읽는 한자를 ‘온 백’으로 읽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우리 토박이말을 잃은 셈입니다. 온갖, 온몸, 온데 와 같은 말이 있는 것처럼 낱낱을 다 싸잡는 말인 것 같은 ‘온’이라는 말이 그만큼 컸다는 거겠지요. 그렇게 보면 모두 여름, 여름으로 꽉 차서 낮이 가장 긴 날은 ‘온여름’이고 그런 날이 들어 있는 달은 ‘온여름달’이라고 하는 것이 알맞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온’을 풀이해 드리고 나면 ‘하지’가 ‘온여름’인 것도 ‘하지’가 들어 있는 6월을 ‘온여름달’이라고 하는 게 딱 맞는 말이라는 말씀을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 분을 뵙고 나면 우리가 살면서 달이름이나 철이 바뀌는 철마디(절기) 이름을 한자말로만 불러 온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지요. 앞으로는 ‘하지’는 ‘온여름’으로 새기고 이런 날이 든 달 6월을 ‘온여름달’로 부르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빌어 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제 바람대로 해 주신다면 토박이말 철이름, 달이름을 쓸 일이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더 자주 들으며 사는가에 따라 익은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이 갈라지니 말입니다.

    앞에서 해 드린 풀이를 한 마디로 줄이면 ‘온여름’은 ‘온과’ ‘여름’을 더한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같이 알려 드립니다

    먼저 ‘올여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란 뜻으로 쓰기도 하고 여름이 일찍 찾아온다는 뜻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이 말과 맞서는 말로 ‘늦여름’이 있습니다. 늦게 찾아 온 여름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런 뜻과 맞서는 말로 ‘올된 여름’이라는 뜻의 ‘올여름’이 있을 것도 같은데 아직 그 말은 말집, 사전에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여느 해와 달리 일찍 찾아 온 여름을 가리키는 말로 쓸 수 있어 좋을 것입니다.

    그 다음 지나간 여름을 가리키는 ‘지난여름’이라는 말도 있고, 여름이 비롯한다는 뜻의 ‘첫여름’도 있고 ‘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뜻하는 ‘한여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지난여름’과 맞서는 말로 다가올 여름이라는 뜻으로 ‘오는여름’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첫여름’과 맞서는 말로 ‘늦여름’이 있는데 다르게 ‘끝여름’이라는 말도 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여름’하면 ‘한겨울’도 떠오르고 ‘한봄’, ‘한가을’도 떠오르네요.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나는 말들을 마음껏 쓰며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렇게 여름과 아랑곳한 말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말을 잘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크게 다를 거라 믿습니다. 여름을 보내며 하게 될 말과 쓰게 될 글에 여름과 아랑곳한 많은 말들을 넣어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라질 테니 말입니다. 앞으로 국가 교육과정에서 이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마련하도록 부추기는 일에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고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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