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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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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16) 선거 후 폐현수막

선거기간 반짝 사용 후 대부분 폐기… 재활용 23% 불과

  • 기사입력 : 2022-06-13 20: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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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자 지역의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전국 단위의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인 선거는 끝났지만 남은 게 있다.

    바로 길거리마다 차고 넘치게 걸렸던 선거 현수막이다. 포대, 모래주머니, 앞치마, 덮개 등으로도 재탄생하고 있지만 극히 한정적이다. 소재, 재질 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탓에 소각되는 양이 훨씬 더 많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종료된 지난 2일 오전 창원 성주사역 사거리에서 성산구청 공무원들이 선거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종료된 지난 2일 오전 창원 성주사역 사거리에서 성산구청 공무원들이 선거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자원 낭비·환경 문제 심각

    이번 지방선거서 12만8000여장
    길이 1281㎞ 달하는 현수막 게시
    3월 대선 땐 10만5090장 사용
    화학섬유로 제작돼 재활용 어렵고
    분해 잘 안돼…소각 땐 발암물질도


    ◇선거 끝나면 ‘애물단지’… 정치권은 ‘뒷전’= 선거운동을 위해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공직선거 후보자가 선거기간에 상시 활용하는 보편적인 선거운동 방법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각종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는 단기간에 처리하기 어려운 양의 막대한 폐현수막이 발생해 이로 인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현수막을 더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현수막은 후보자가 해당 선거구 내 읍면동 수 2배 이내로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읍면동마다 1장’에서 국회가 4년 전인 지난 2018년 4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배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경남 전체 읍면동 수는 305곳으로 지난 3월 대선 기준으로 볼 때, 한 후보자가 선거 기간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은 610개였다. 도지사, 도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까지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남 후보자는 668명이었다. 대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현수막이 걸린데다 선거 이후 당·낙선 인사 현수막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수막 숫자를 집계하지 않고, 각 정당도 게시부터 철거까지 업체에 맡겨 처리하다 보니 재활용 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는 12만8000여장, 길이로는 1281㎞에 달하는 선거 현수막이 게시됐다. 현수막을 한 줄로 연결했을 때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인 1300㎞에 육박하는 길이다. 지난 3월 대선에서는 전국에서 10만5090장의 현수막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던 지난 2020년에 발생한 폐현수막 중량은 총 1739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재활용된 양은 약 408t으로 23.5%에 그쳤다. 선거운동용 현수막은 주로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 원단으로 제작된다. 현수막 내용 역시 특수용액 등으로 기록돼 재활용이 쉽지 않은 탓이다. 매립할 경우 분해가 잘 안 되고, 불에 태울 경우에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미세플라스틱 등을 내뿜어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4년 전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홍보물 사용량은 현수막 13만8192장을 비롯해 벽보 104만부, 공보물 6억4650만부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만772t에 달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4억개를 사용한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 배출량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30년생 소나무 228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해야 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녹색연합은 분석했다.

    현수막 사용을 줄이자는 제안은 매 선거 때마다 나오고 있다. 또 선거운동용 현수막을 만들 때 재활용이 쉬운 재질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현수막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엄태영 국회의원(충북 제천단양)이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현수막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제작하는 등 현수막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로 계류 중이다.


    폐현수막 재활용 노력하지만…

    진주시 등 예산 들여 마대 등 제작
    장바구니는 환경교육 교재 사용
    건축자재 등 활용에도 중요한 것은
    폐기물 줄이는 선거법 개정으로
    현수막 사용 금지 우선돼야


    ◇건축자재 활용하고, 환경교육 교재로도 사용… “법 개정해야”=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진주시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폐현수막 재활용예산 2000만원을 확보해 현수막 재활용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3월 대통령선거 후 지금까지 수거된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와 가로청소용 마대 5000장을 제작했고, 지방선거용 폐현수막도 휴대용 손가방 등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폐현수막 장바구니는 진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기획해 운영 중인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자원순환 교실’ 교육용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진주시의 맞춤형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자원순환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폐현수막 장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진주시/
    진주시의 맞춤형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자원순환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폐현수막 장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진주시/

    또 올해 행정안전부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전국 22개 지자체)에 선정된 창원·통영·김해·거창 4곳 지자체는 국비와 시군비 500만~2000만원을 사용해 오는 9월까지 공공용 마대, 우산 등을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활용된 장바구니, 청소용 마대가 완전히 재활용되는 것은 아닐 터. 또 다른 형태의 쓰레기를 제작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환경단체의 비판도 존재한다.

    자원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만드는 것)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한국환경공단, 롯데홈쇼핑, 서울특별시 교육청과 함께 폐현수막 및 폐의류를 건축자재로 활용한 남산도서관 친환경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폐현수막과 폐의류를 활용해 목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섬유패널을 제작, 개관 100주년을 맞은 남산도서관에 섬유패널을 활용한 벤치와 선반 등 야외 독서공간을 조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이전에 현수막 등 ‘선거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자원을 절약하고 생산단계에서의 재활용을 고려해야 하지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감량대책 다음으로 재사용, 재활용, 자원회수를 하기 위한 방안들이 고려돼야 한다”며 “환경 정책에 역행하는 재활용 사업 지원은 중단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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