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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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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부자 氣받기- 삼성·LG·효성 창업주 이야기 3부 (16) 문학 속 라디오

[3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시대와 호흡한 금성라디오, 문학에 시대를 반영하다

  • 기사입력 : 2022-06-09 2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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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속에 생활용품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학 속으로 가장 먼저 들어온 가전제품이라면 분명 라디오가 1순위일 것이다.


    문학 속 처음 등장한 가전제품 ‘라디오’
    1960년대 당시 여유 있는 가정 상징물로
    음악방송·축구 생중계 등 추억 한가득
    5·16 땐 라디오 통해 혁명 공약 알리기도


    # 생활필수품 라디오

    지금의 라디오는 TV, 휴대전화기와 인터넷방송, 동영상, 너튜브 등에 밀려 존재감이 많이 상실됐다. 라디오 하면 옛것을 상징하거나 아날로그 세대의 전용품으로 된 것 같다. 그래도 운전 중에는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이 라디오이다.

    1960년대 초반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생활의 여유가 조금 있는 가정’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해방 후 대한민국 가정에 라디오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1970년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라디오를 틀면 ‘별이 빛나는 밤에’가 진행됐다. 별밤지기(DJ)의 목소리를 듣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당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1970년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라디오를 틀면 ‘별이 빛나는 밤에’가 진행됐다. 별밤지기(DJ)의 목소리를 듣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당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 나와 라디오의 추억

    누구나 라디오와 한두 가지 이상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시 고등학교 입학 시험 결과는 라디오로 알려 주었다. 합격자 발표날은 불안해 방에서는 틀지 못하고 옥상으로 라디오를 들고 갔다. 찌익, 찌익거리는 불완전 전파 때문에 라디오에 달린 안테나를 길게 뽑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방송 주파수를 맞추고 합격자 발표 방송을 들었다. “다음은 ○○고등학교 합격자 안내입니다. 수험번호 1번, 3번, 6번, 9번 ….” 주변에서 들려오는 합격의 함성과 불합격의 탄식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 깊은 밤에 방송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음악방송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가슴에 품고 이불 속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1970년대 반공 교육시간에 ‘간첩 식별법’ 여러 가지 내용 중에 ‘한밤중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방송을 듣는 사람은 간첩일 수 있다’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 헛웃음이 난다.

    라디오의 추억 중 잊지 못하는 게 축구 시합 생중계 방송이다. “말씀드리는 순간 조광래 선수 볼을 빼앗아 이회택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이회택 선수 한 사람 제치고 박이천에게, 박이천 선수 다시 차범근에게 패스했습니다. 차범근 선수 골문 앞으로 찼습니다. 떴습니다 김재한 헤딩 슛~~ 골인!” ‘찼다 차범근, 떴다 김재한’ 누군가 이렇게 유쾌한 축구 중계 내용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얼마전까지 진행된 ‘싱그럴 벙그럴 쇼~오~의 강석, 김혜영입니다’ 의 오프닝 멘트는 지금도 생생하다.

    1966년 4월 9일자 매일경제 금성사 제품 광고./이래호/
    1966년 4월 9일자 매일경제 금성사 제품 광고./이래호/

    # 5·16과 박종세 아나운서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이 한강을 건너 서울의 주요 기관들을 점령하면서 국가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주요 점령기관에 필수로 포함된 것이 라디오 방송을 하는 중앙방송국(KBS)이다. 이들은 방송국을 점령, 혁명 공약 6개항을 라디오 방송으로 밝혔다. 혁명 공약 방송 관련 숨은 이야기가 있다. KBS라디오를 통해 5·16을 처음으로 방송한 사람은 당시 25세의 ‘박종세 아나운서’이다. 회고록 ‘방송, 야구 그리고 나의 삶’에서 밝힌 내용이다.

    총소리가 들리고 군인들이 오고 가자 인민군이 침입한 것으로 알고 방송국 내 텔레타이프실에 숨어 있었다. 방송국을 점령한 혁명군인들이 큰소리로 ‘박종세 나와’가 아닌 ‘박종세씨 계십니까’ 하길래 안심이 되어 나왔더니 혁명군이 박정희 소장 앞으로 데리고 갔다. 박정희 소장이 다른 아나운서가 방송을 하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국민들의 귀에 익은 아나운서 목소리를 통해 혁명내용을 방송하도록 했다.

    새벽 5시 정각, 아나운서 박종세는 ‘친애하는 애국 동포 여러분! 은인자중 하던 군부는 …’으로 시작하는 혁명 공약 내용을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을 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혁명위원회는 아나운서 박종세로 하여금 혁명공약을 방송하도록 했다./박종세 방송사료/
    1961년 5월 16일 군사혁명위원회는 아나운서 박종세로 하여금 혁명공약을 방송하도록 했다./박종세 방송사료/

    # 럭키화학과 금성사의 월급

    럭키화학과 금성사 사원 간에는 급여 차이가 있었다. 금성사가 많이 받았다.

    럭키화학은 전형적인 장치산업 회사로 공대 출신 일부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반사원이고, 사업주 연고로 채용된 사람들이 많았다. 구인회 사장의 고향인 진양 지수면 일대 지방 유지 자제이거나 멀고 가까운 친척이 많았다. 공장 안에서도 아재, 조카 하면서 가족처럼 호칭을 사용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에 반해 금성사는 기술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 공개채용을 많이 해 상대적으로 추천 입사가 적었다. 금성사 직원들은 럭키화학 직원들을 ‘진양군(당시에는 진주시, 진양군 통합전) 물레방아’라 했다. 럭키화학 사원들은 금성사 직원을 보고 ‘외인부대 새끼들’이라고 불렀다. 경남이 아닌 전국에서 공채로 입사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럭키화학과 금성사에 다닌다면 생산직이라도 사윗감 1호, 신부감 1호로 인정받는 좋은 직장이었다.


    2004년 발간된 박해림 시 ‘금성라디오’
    아버지 고단한 삶·새마을운동 보여줘
    1966년 김수영 시 ‘금성라디오’에선
    ‘일수·수련장’ 등 일상 단어 정겹게 표현


    # 문학 속에 등장한 금성사 라디오

    아마 라디오 진행자 중 누군가는 방송에서 이 시를 낭송했을지도 모른다. 현대, 삼성, 기아, 대우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차안에 있는 라디오를 켜고 ‘금성라디오’라는 시 한 편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2004년 11월 발간된 ‘박해림’의 시집 ‘고요, 혹은 떨림’에 소개된 ‘금성라디오’ 제목의 시이다.

    신동아 1966년 11월호에 발표된 김수영의 시 ‘금성라디오’./신동아/
    신동아 1966년 11월호에 발표된 김수영의 시 ‘금성라디오’./신동아/

    ‘새벽이면 언제나 가장 먼저 눈을 뜨시던 아버지/그 손에 악기처럼 들려서 켜지던 국산 금성라디오/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라디오를 통해 아버지의 고단한 삶과 새마을 운동의 시대적 풍경을 보여주지만 결국은 늘 곁에 있는 금성라디오가 시의 주제어인 것 같다.

    장석남의 시 ‘격렬비열도’에도 금성라디오가 등장한다.

    ‘로케트 건전지 위에/결박 지은/금성라디오…’

    이 시는 고무줄로 덩치 큰 건전지를 라디오에 묶어 놓은 모습이 떠오른다.

    또 한 편의 시를 보면 금성라디오 외 일상에서 많이 들었던 일수, 수련장, 캐시밀론 등의 단어가 문장 속에 정겹게 차지하고 있다. 특히 종장부분의 시어가 감미롭다. 아버지는 아들 공부는 관심이 없고 아버지 좋아하는 라디오만 사가지고 온 것을 알고 항의하는 얼굴 표정까지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1966년 ‘김수영’ 시인의 작품이다.


    〈금성라디오〉

    금성라디오 A 504를

    맑게 개인 가을날 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

    500원인가를 깎아서 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

    그만큼 손쉽게

    내 몸과 내 노래는 타락했다.

    헌 기계는 가게로, 가게에 있던 기계는

    옆에 새로 난 쌀가게로 타락해 가고

    어제는 캐시밀론이 들은 새 이불이

    어젯밤에는 새 책이

    오늘 오후에는 새 라디오가 승격해 들어왔다.

    아내는 이런 어려운 일들을 어렵지 않게 해치운다.

    결단은 이제 여자의 것이다

    나를 죽이는 여자의 유희다

    아이놈은 라디오를 보더니

    왜 새 수련장은 안 사왔느냐고 대들지만


    <구인회의 한마디>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고 중단하면 안 된다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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