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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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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민심(民心)-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6-07 20: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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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 대통령선거 이후 82일 만에 6·1지방선거를 끝내고 맞은 휴일 아침. 오랜만에 여유롭게 일어나 신문을 살피던 중 한 지면에 소개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참 흥미로웠다.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에 관한 이야기로 한번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고, 빠지면 빠질수록 돈과 몸이 축나며, 내용물보다는 잔의 화려함에 끌리고,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양은 적으며, 다수가 좋아한다고 해서 꼭 좋은 커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절로 수긍이 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온 나라를 들썩였던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2일 만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경기·전북·전남·광주·제주 등 5곳을 뺀 12곳, 226개 기초단체장 중 63곳을 뺀 145곳을 차지했다. 경남은 도지사를 비롯해 18개 자치단체장 중 남해(민), 하동(무), 함양(무), 의령(무)을 제외한 14곳을 국민의힘이 독식했다. 민주당의 참패였다.

    유권자들은 여당인 국민의 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창원·양산·김해·거제·통영·고성·남해 등 7개 자치단체를 민주당이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대조적이었다. 더욱이 민주당의 상징적 지역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김해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인 낙동강 벨트가 무너진 것은 충격이었다. 국민들이 얼마나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을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지역일꾼을 뽑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지방선거의 취지보다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정당에 매몰돼 후보자들의 자질검증과 정책, 공약 등을 놓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개표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와 외면으로 전체 투표율이 50.9%에 그쳤다. 지방선거 사상 2002년(48.9%) 다음으로 낮은 투표율로 지난 대통령 선거 투표율 77.1%에 비하면 무려 26.2%p 낮은 결과다.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10%p 낮다.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유권자들이 정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제 여야는 승패를 떠나 민심의 흐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당은 이번 승리에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물가 급등, 부동산 정책 등 고물가 저성장의 경제위기와 개혁 과제 해결 등 눈앞에 놓인 현안들이 결코 녹록지 않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에 어떻게 답하는지,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우선이면 협치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압승한 당이 교만해지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정치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야당은 유권자들의 엄중한 경고에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성과 쇄신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오만한 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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