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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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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9)

- 든바다, 갓바다, 난바다, 한바다

  • 기사입력 : 2022-06-01 08: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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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5월 31일은 5월의 마지막날이자 ‘바다의 날’입니다. 바다와 아랑곳한 일(산업)의 종요로움과 뜻을 되새기려고 만든 날입니다. 그리고 이날을 바다의 날로 굳힌 까닭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만든 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다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를 알려드릴 테니 바다 이야기를 하실 때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든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든바다’는 말집 사전에서 ‘육지로 둘러싸인 육지에 가까운 바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내양(內洋), 내해(內海)가 있습니다. ‘든바다’라는 말을 처음 들으신 분들도 많지 싶습니다. 우리 토박이말이 있는데도 잘 안 쓰다 보니 그렇습니다. ‘든바다’의 앞에 있는 ‘든’은 우리가 잘 아는 말입니다. ‘밖에서 속이나 안으로 향해 가거나 오거나 하다’라는 뜻을 가진 ‘들다’에서 온 말이지요. 좀 더 쉽게 풀이를 하자면 ‘들어온’이 줄어서 된 말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뭍으로 둘러싸여 뭍 쪽으로 들어온 바다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날씨를 알려 줄 때 많이 듣는 ‘근해(近海)’와 비슷한 뜻을 가진 토박이말은 ‘갓바다’라고 한답니다. 좀 꼼꼼하게 풀이를 하자면 ‘든바다’는 ‘뭍으로 둘러싸인 바다’인데 ‘갓바다’는 그냥 ‘뭍에 가까운 바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를 알려 줄 때 자주 듣는 ‘근해’는 ‘갓바다’와 비슷한 말이고 우리가 잘 아는 ‘앞바다’와 비슷한 말입니다.

    같은 짜임으로 된 말이나 ‘앞가지’나 ‘뒷가지’가 가진 뜻을 알면 새로 만나는 말의 뜻도 어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든-’이 들어간 말로 ‘든벌’이 있습니다.

    ‘든벌’은 ‘집 안에서만 입는 옷이나 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뒤에 있는 ‘벌’이 옷을 세는 하나치 (단위)라는 것을 알면 더 쉬울 것입니다. 흔히 집 안에서 입는 옷을 ‘실내복’이라고 하는데 ‘실내복’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든바다’와 맞서는 토박이말은 ‘난바다’입니다. ‘난바다’를 말집 사전에서는 ‘육지로 둘러싸이지 아니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원양(遠洋)’, ‘원해(遠海)’가 있고 날씨를 알려 줄 때 자주 듣는 ‘먼바다’도 비슷한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난바다’의 ‘난-’도 우리가 잘 알고 쓰는 ‘밖으로 나오거나 나가다’는 뜻으로 쓰이는 ‘나다’에서 온 말입니다.

    앞에서 보기를 든 ‘든벌’과 맞서는 말도 ‘난벌’이랍니다. ‘난벌’은 ‘나들이할 때 입는 옷이나 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실내복’에 맞서는 말인 ‘외출복’과 같은 뜻이니까 ‘외출복’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벌’과 비슷한 말로 ‘나들잇벌’이 있는데 말 그대로 나들이할 때 입는 옷이라는 뜻이 말에 그대로 드러나 더 쉬울 것입니다.

    다음에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한바다’입니다. 우리가 큰 바다를 한자를 써서 ‘대양(大洋)’이라고도 하고 먼바다라는 뜻으로 ‘원양(遠洋)’이라고도 합니다. 그 ‘대양, 원양’을 뜻하는 토박이말이 바로 ‘한바다’입니다. ‘대전’을 옛날에 ‘한밭’이라고 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바로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바다’를 가리킬 때 한자로 ‘바다 해(海)’자를 많이 쓰는데 날 이름은 ‘바다의 날’로 해 놓아서 ‘바다의 날’이라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바다의 날에 바다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쓰면 더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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