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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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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치인과 염치- 전수식(창원시정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22-05-24 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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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과 지선, 그리고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겹쳐진 선거의 계절도 끝물에 접어들었다. 선거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아 유권자의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하다. 평소에는 지역에 관심도 없고 역할도 하지 않다가 선거 때가 되면 ‘여기가 고향이라서’, ‘지역의 유력한 학교 출신’이라는 명분과 중앙에서의 지위, 전문성, 인적 네트워크를 내세워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는 지역에 나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자만심과 촌뜨기들과는 차별화된다는 오만함이 함께 작동하는 것 같다. 대단한 착각이고 참 염치가 없다.

    염치(廉恥)는 사전적 의미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을 맡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전범으로 여겨져 왔다. 염치가 없다고 하는 건 그네들의 입장이 아닌 촌뜨기 유권자인 내 입장에서 보는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인생의 대부분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결혼하고 자녀 교육시키며 소위 출세도 하면서 살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소멸을 걱정하면서 치열하게 몸부림칠 때 이 분들은 고향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지방의 선출직이 수도권 출신 공직자나 유명세를 가진 사람들의 노후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바란다면 적어도 몇 년 간은 같이 몸을 부대끼며 그들의 일상, 바람, 지역의 사정을 파악한 후에 출마한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퇴직 후 그래도 대우받으며 할 수 있는 일이 고향의 선출직이라서 적당히 유력자의 뒷배나 믿고 학교 동문들의 ‘묻지마 지원’에 기대 출마하는 것이라면 그런 사람에게서 기대할 건 없다. 여기서 지역 유력 학교의 동문회가 뒷배 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다.

    원래 학교 동문회란 매년 개교기념일 축제 참석이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역할이 거의 전부인데 유독 선거철이면 바빠진다. 동문회는 대부분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역할을 많이 하고 이들은 또 그들의 필요에 의해 지역의 선출직이 자신의 뒷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거 때가 되면 부산하게 움직인다.

    세 번째, 지선은 대선이나 총선처럼 거대 담론이 아닌 주민 자치와 생활 정치를 논하고 경쟁하는 장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지역을 잘 알고 어려움이 무엇이며 이를 타개할 능력이 나은 사람을 고르는 그런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중앙정치에는 예민하고 잘 반응하면서 정작 내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장·군수나 도의원, 시·군의원의 선거에는 관심도 적고 심지어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가 뽑은 대통령, 국회의원은 내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은 거의 없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제안을 하고 싶다. 과거 우리가 뽑았던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 중 수도권에 연고가 있던 분이 그 직을 마치고 현재 어디서 살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해서 한 번 발표를 했으면 좋겠다. 결론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을 것이다. 뜨내기 하숙생들이 국토 균형 발전을 원하고 고향 사랑의 깊은 애정을 가졌을 리가 없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냉정해져야 할 때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넘었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생활 자치가 되려면 지방 정치가 살아나야 하고 선순환이 돼야 한다. 시·군의원을 열심히 해서 도의원이 되고, 여기서 또 인정을 받으면 단체장이나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

    매번 무시당하지만 말고 시골뜨기 유권자인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염치없는 정치인이 발 붙일 땅이 없게 된다.

    전수식(창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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