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5일 (화)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벚꽃 지다- 김승봉

  • 기사입력 : 2022-05-12 08:02:59
  •   

  • 삶이 허무했다.

    실패한 혁명가들

    세상을 뒤엎자며

    다짐했던 사람들

    날리는

    꽃잎의 장례

    대지는 축복한다.


    ☞ 근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의 단초가 되는 개화기를 무대로 한 작품 ‘벚꽃 지다’는 개화사상은 물론 우리 현대사까지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근대사가 벚꽃의 역사서에서 고스란히 읽혀진다.

    벚꽃이 피었다 지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똑같은 인물과 사상을 놓고도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되는 이념과 논쟁이 난무해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계절의 길목에서 세상을 온통 꽃빛으로 물들이던 이 땅의 개화기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 이 계절의 출발선이었던 만큼 그 시대를 그때의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을 뒤엎자”는 그들의 꿈,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내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하고자 했다. 그 의지와 애국심만으론 이길 수 없는 전략이었고, 역부족의 혁명이었을까. 그마저도 삼일천하로 낙화하는 꽃잎이 만장 깃발처럼 ‘꽃잎의 장례’가 되고 말았다. 그 시대 ‘세상을 뒤엎자며 다짐했던 사람들’ 그 혁명가들의 목숨도 저 벚꽃처럼 흩날렸으리니. ‘삶은 허무’했지만, 바람이 일깨우던 그 개화의 꿈으로 오늘날 이렇게 변모된 대한민국을 맞는 것이 아니겠는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일부

    이남순(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