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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농산물 가격과 물가상승 ‘오해와 이해’- 이강서(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2-05-09 0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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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물가상승)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 1위와 5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로 밀 재배농지가 파괴되고 병해충 통제 능력이 상실돼 겨울작물인 밀 수확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이 같은 고(高)곡가 양상은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료용 밀과 가공용 옥수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의존도가 매우 높다. 관세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미 수입곡물가격이 2년 동안 50%가량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입곡물을 원재료로 하는 외식·가공식품, 배합사료 분야의 물가상승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자주 듣는 뉴스 중 하나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매월 초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되면 농산물 가격이 늘 언급되는데 특히 물가가 오를 경우, 일부에서는 농산물이 마치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이는 농산물의 특성과 소비자물가지수 작성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하는 오해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의 월평균 소비액을 1000으로 보고 총 소비지출 중에서 구입 비중이 큰 약 460여개의 상품 및 서비스 품목들을 선정한 후, 각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중평균해서 나타내는 지수이다. 그 중 농산물 가중치는 1990년도에 162였으나 2017년 기준으로는 65.4로 크게 감소했다. 즉, 도시 가구에서 소비액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산물 구입에는 겨우 65원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1이고 서비스와 기타상품의 가중치는 551.5로 농산물에 비해 매우 높다. 농산물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다고 말하는 것이 오해라는 사실은 개별 농산물 품목별의 가중치를 보면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쌀은 1000 중에 겨우 4.3에 불과하다. 하지만 휴대전화통신비는 36.1이고 월세는 무려 44.8을 차지한다. 예를 들자면 도시가구가 월평균 1000원을 지출할 경우 쌀 구입에는 4.3원을 쓰지만 휴대전화 통신비에 36.1원을 쓴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물자지수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작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물가상승을 주도하기가 어렵다. 또한,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이 가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비탄력적인 특수한 재화이다. 그러므로, 비수확기에 공급이 줄어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특정 농산물의 가격 상승률만 보고 마치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하지만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공산품보다 구매빈도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것처럼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 땅에서 재배된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범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될 애그플레이션은 국민 밥상물가를 올릴 수 밖에 없지만, 이것은 우리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아니라 수입곡물을 주요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오해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이강서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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