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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꿀벌의 경고-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5-03 2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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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벌들의 역사〉의 주인공 타오는 인공수분 노동자다. 멸종된 벌 대신 꽃가루를 옮기며 생계를 유지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2098년 중국 쓰촨성은 붕괴된 지 오래다.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면서, 사람들은 국가의 통제 하에 식사를 배급 받는다. 이 책의 저자 마야 룬데는 벌의 곤경이 곤충들만의 위기가 아님을 경고한다.

    ▼미국 미생물기업 시드는 2019년 인간의 꿀벌 의존도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뉴욕 식당들과 꿀벌이 없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아침식단을 내놓았다. 식탁은 꿀벌의 수분 없이도 수확 가능한 뿌리채소로만 채워졌고, 유제품과 소고기는 사라졌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이 없어지면 먹거리 생산량이 줄어들고,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꿀벌 실종은 현재진행형이다. 꿀벌 집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살충제가 빚어낸 악재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바이러스성 전염병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 90%가 폐사했다. 올봄엔 양봉농가의 벌통에서 꿀벌이 자취를 감추는 ‘이상 징후’가 전국에서 포착됐다. 유엔은 전 세계 야생벌의 40%가 멸종위기에 처했고, 2035년 꿀벌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이 전 세계 곤충 1만7889종의 생존 변화를 20년간(1992~2012) 추적한 결과, 기후 온난화로 개체 수 49%·종 수 2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곤충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저서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에서 “곤충은 생태계를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톱니바퀴”라고 정의했다. 생태계는 모두 연결돼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살아남기 어렵다. ‘세계 꿀벌의 날(5월 20일)’을 앞두고, 꿀벌의 경고를 되새겨 봐야 하는 이유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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