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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머니는 자장면을 싫어하셨어!-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 기사입력 : 2022-05-02 2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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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은 사랑을 표현하기 참 좋은 달이다. 여러 기념일 덕분에 가족이 모이고, 부모님께 평소에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감사합니다”와 “사랑합니다”를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달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 되면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뵈러 상복 공원에 간다. 엄마는 말수가 없으셨고, 애정 표현에 서툰 분이셨다. 어릴 적 표현을 잘해주시는 친구의 어머니를 보면서 엄마에게 서운함을 많이 느꼈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사람마다 사랑의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어버이날 친정에서 밥을 먹으며 여느 때처럼 생선 살을 열심히 발라 아이들 숟가락 위에 올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보시던 엄마는 “너희 엄마도 생선 살 좋아한다!” 하시며 내 밥 위에 생선 살을 턱 하니 올려주셨다. 그리곤 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옛날에 어떤 엄마가 귀하게 얻은 자식을 위해 생선을 구워 “엄마는 살 안 좋아하고 생선 대가리 좋아해” 했단다. 한 점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을 테다. 효성 지극한 아들은 커서 장가를 갔고 매년 엄마의 생일상엔 생선 대가리만 수북이 차려줬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웃어넘겼을 얘기지만 엄마는 어릴 적부터 자식에게 부모 위하는 마음을 가르치라 하셨다. 맛있는 거 있으면 먼저 먹고, 자식은 그다음에 챙겨주라는 말씀이셨다. 정작 당신은 항상 자식을 먼저 챙기셨으면서, 막상 딸이 그렇게 사는 모습은 보기 싫으셨나 보다. 엄마 밥 위에 생선 살을 먼저 올려드렸어야 했는데. 나도 내리사랑만 받는 못난 자식이었다. 정작 엄마가 돼서도 친정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 못했다. 엄마가 얼마나 나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우리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 헤아려드리지 못한 게 늘 죄송하다. 자장면은 입에 안 맞으신다고 자식들에게 다 넘겨주셨던 엄마의 마음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마음 표현이 서툴러 때로는 서로가 당연해지고, 섭섭해지고 서운한 감정이 생긴다. 어머니는 자장면을 싫어하지 않으셨을 거다. 맛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거리두기로 소홀했던 부모님께 이번 어버이날은 한 손엔 카네이션을 한 손엔 자장면을 가지고 가야겠다. 5월은 그래도 괜찮은 달이다.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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