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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검수완박, 그들만의 잔치- 윤학(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 기사입력 : 2022-04-28 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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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범죄와의 싸움, 범죄인과의 싸움이다. 그런데 검사가 대통령이 됐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무서운 것일까. 현 정권은 지금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들에게 “죄가 없으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필요가 없는데 얼마나 죄가 많길래 저렇게 서두르지?” 하는 의구심만 키워주고 있다.

    검수완박이 된다고 이미 지은 죄가 사라지겠는가. 누가 봐도 스스로 범죄자임을 자백하는 듯한 그들을 검사 출신 대통령이 그냥 두겠는가.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니 베테랑 검사 몇 명만 경찰로 임명해 수사를 지휘하게 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오히려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정권의 눈치를 누가 더 보던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도 정권의 뜻을 거슬러 조국 수사를 강행하지 않았던가. 검찰에는 또 다른 윤석열 검사가 얼마든지 남아있다. 그런 뻣뻣한 검사들을 피해 경찰에게 수사를 전담시킨다니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적 수사도 더 쉬워져 차기 정권으로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검수완박은 차기 대통령에게는 불감청 고소원일 것이다.

    며칠 전 검수완박 절충안에 ‘국민의힘’ 원내총무가 극찬해 국민 모두 어리둥절했다. 셈에 밝은 새 대통령의 뜻과 무관했을까?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을 사실상 강화시켜 주는 법안을 만들어 바친다는 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문제는 검수완박의 진짜 피해자가 국민인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비결도 경찰력이었다. 당신이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검찰과 경찰 중 누구의 수사를 받고 싶은가. 중학생 때 이발관에서 옆자리 손님이 시계를 잃어버렸다.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파출소 소장은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발관에 주인과 손님 그리고 나뿐이라서 세 사람 중 훔쳐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낸다고 했다. 이러다 감옥에 갈 수 있겠구나 공포감이 밀려왔다.

    경찰은 아버지를 불러내 자백 시키도록 종용했다. 아버지도 의심하는 것 같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후 내내 암흑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경찰이 슬그머니 나를 풀어주었다. 나중에 들었더니 그 손님의 옷에 그 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 그때 검사가 시계 절도 수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후 변호사를 하면서 경찰의 법률지식 부족과 친소 관계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거나 나처럼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린 사건을 수없이 변호하게 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검사에게 문서를 제출해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잘못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면 그 피해는 빽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경찰도 선진화됐다고 하지만 힘 있는 자들에게서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억울함은 속출할 것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로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검수완박이 현 정권의 방패막이,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여겨 국민들은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라져 있지만,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면 결국 국민들만 심각한 피해를 볼 뿐이다. 두고 보라!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 것인지.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그 누가 통제한다는 말인가. 검사들이 통제할 때도 수사권 남용이 많았는데 그런 통제 수단마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검수완박 절충안을 선뜻 받아들인 ‘국민의힘’을 보면서 나는 새 정권의 방향을, 새 대통령의 의중을 읽게 된다. 그가 진정 국민을 위해 고심하는 대통령일까? 갑작스런 검수완박 절충안 동의에 국민들의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민의힘은 서둘러 다시 반대하고 나섰고, 새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인권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검수완박 사태가 똑똑히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도, 국회의 권한도, 검찰과 경찰의 권한도 견제 없이는 예외 없이 타락하고 만다.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대통령도 국회도, 검찰도 경찰도 바른길을 간다.

    윤학(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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