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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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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탐방 (5)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마음’을 담은 마을교육 산실이자 마을교사 양성소
2017년부터 내서마을학교 운영
아이들 스스로 프로그램 등 기획

  • 기사입력 : 2022-04-26 2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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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학교는 마을 그 자체죠. 성과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마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해요.”

    마을학교는 학교라는 명칭이 붙어있지만 정해진 장소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학교이다. 즉 마을이 무대인 학교이다. 내서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는 이러한 가치를 잘 보여준다. ‘마을을 담다’ 이숙희 이사장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30여년간 거주한 내서 지역민이다. 두 아이의 학부모이자 마을교사이기도 하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그가 마을학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어떠한 기술이나 실력보다도 마을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또 마을학교 운영에서 지역민의 역할과 소통, 관과 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공유카페 앞에서 이숙희(왼쪽 세 번째) 이사장과 조합원 및 후원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마을을 담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 공유카페 앞에서 이숙희(왼쪽 세 번째) 이사장과 조합원 및 후원회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마을을 담다/

    ◇마을학교, 운명적 만남= 청소년 시절부터 내서에서 살아온 이 이사장은 결혼 후에도 내서에 정착해 두 아이를 키워왔다. 내서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 형성 등 2000년대 초반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지만 당시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교육 등 인프라 형성이 더뎠다. 교육과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지역이지만 청소년 및 지역주민의 문화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자생단체 등 민간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 이사장은 “다른 지역보다 푸른내서주민회라던가 주민단체 등의 활동이 활발했었고 내서교육희망이라는 학부모단체의 활동도 꽤 활발했었다”며 “학부모가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그 단체들의 수혜자로만 살아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는 2016년께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로서의 활동에 눈을 떴다. 학부모들 모임인 ‘엄마들의 수다’이다. 예컨대 사교육 문제라던가, 아이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활발한 논의를 벌였다.

    이 이사장은 “학부모들끼리 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논의하며 아이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에 대한 수요 조사까지 했다”며 “당시에는 마을교육공동체라는 개념이 없는 시기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임이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듬해 교육청의 내서마을학교 사업이 진행됐는데 우리들의 욕구와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내서마을학교는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이미 이전부터 학부모들이 내서마을이라는 터에 마을학교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들의 수다’에게 마을학교는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마음의 문을 열어라= 내서마을학교는 프로그램을 먼저 기획하지 않는다. 아이들로부터 스스로 주제를 기획하게 한다.

    팀을 구성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월드 카페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촉진자와 도움 역할만 할 뿐이고 아이들에게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을 기획해 보라’고 맡긴다”며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한 애니메이션 감상 및 그리기, 댄스, 네일 아트, 요리 등에 즐거워하며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서마을학교 운영 초기에 많은 동아리 활동과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문제는 장소가 걸림돌이었다. 당장 장소 제공이 여의치 않았다. 이 이사장은 “일단 일을 벌였는데, 당시는 예산이 빠듯했다”며 “마을학교 취지에 동의하며 마을교사로 참여할 분들을 모으기 위해 워크숍을 개최했다. 아이들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걱정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마을학교의 취지에 공감하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공방, 헬스장, 네일숍, 학원, 학교, 종교시설, 사무실 등 마을 곳곳의 개인 및 단체 시설에서 아이들에게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었고 그야말로 마을은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었다.

    이 이사장은 “댄스 동아리 운영을 위해 거울이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야 했는데, 헬스장 관장님이 흔쾌히 무상으로 장소를 빌려주었고 심지어 전면거울이 설치된 법당에서 법회를 하지 않는 시간대에 장소를 내어주기도 했다. 커피숍 사장님이 장소를 제공해주고 네일숍 원장님은 네일 아트 수업을 제공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마을 공간이 학교가 되었고 지역민이 마을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내서마을학교의 주말배움터 또한 아이들이 마을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내용을 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배움을 전달하는 마을 교사는 외부전문인보다는 마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마을 어른이 대부분이다.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는 어른과 청소년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며 “청소년자율동아리는 아이들이 마을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을 친구와 형, 동생이 함께 동아리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활동으로 이때 마을교사는 그림자로서 학생 주도와 자발성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진행하는 ‘마을청소년 성장나눔축제’ 또한 마을청소년이 준비한다. 마을학교를 통해 배웠던 실력을 뽐내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행사이다. 어떤 부스를 마련하고 공연을 펼칠지 기획부터 홍보까지 아이들의 몫이다.

    ◇협동조합으로 한 발 더= 내서마을학교 활동 2년차에 접어들 무렵 이 이사장은 마을교육공동체활동에 대한 지속성을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물은 지난 2019년 1월께 마을교사 9명이 뭉쳐 출자금을 내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을 담다’이다. 이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설립 이유에 대해 결속력을 가지고 공동체로서 한발 더 탄탄하게 발을 내딛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마을학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교육청과 지자체의 행복교육지구에서 시작된다”면서 “관에서 마을학교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제도의 도입이 지역민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교사는 강사 역할에만 머무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관과 민이 균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속성을 이어가야겠다는 고민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은 공유카페 ‘담다’라는 공간을 거점으로, 다양한 마을교육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공유카페는 작은 공연장소로도 쓰이고 마을 부녀회에 주방을 제공해 요리수업을 하거나 마을교사 양성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마을교육의 산실이자 마을교사의 양성소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공유카페를 통해 각종 동아리 활동 등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교사를 지원하는 분도 꽤 많다”라며 “학부모나 지역민에게 마을교사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내서마을학교는 지역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령 우리고장 알리기 등에 대해 지역을 잘 아는 마을교사가 교육자료를 준비해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이외에도 학부모,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학교와 연계해 수학 축제 등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학교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내서마을만의 교육 콘텐츠 등 학교에 필요한 맞춤 교육과정도 개발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마을학교에서의 활동은 우리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세상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누군가 짜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스스로 기획해보고 협업을 통한 준비를 거쳐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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