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걸음 수-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4-24 20:05:16
  •   

  • 집에서 출발해 새로 조성된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40분 정도 걸린다. 그저 걷는 것에 만족할 수 없어 휴대폰 만보기 앱을 통해 걸음 수를 확인한다. 1만보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목표했던 숫자가 넘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간혹 1만보를 채우고 싶어 아파트를 크게 한 바퀴 더 돌거나, 일부러 집에서 떨어진 마트까지 걸어가 장을 보기도 한다. 갔다 오면 물론 넉다운이다.

    ▼언제부터인가 1만보 걷기가 건강관리의 가이드라인처럼 인식돼 왔다. 사실 만보 걷기는 일본 만보계 업체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야마사란 제조업체가 1965년 세계 처음으로 걸음 수를 재는 기기를 내놓으면서 붙인 이름이 ‘만보계’였다. 하루 1만보라는 똑 떨어지는 숫자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됐고, 당시 일기 시작한 1만보 걷기 운동에 불을 지피며 매일 걸어야 하는 목표 수치로 보통명사와도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됐다.

    ▼이후 1만보 걷기의 건강 효과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가 잇따랐다. 2019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와 2020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심장질환 등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러나 건강증진 추세는 7000~8000보에서 정점을 찍은 채 멈췄다. 결론적으로 1만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 이익이 지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보 걷기가 건강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걷거나,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만보’가 주는 부담감에,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지속적 실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걸음 수에 집착하기보다 올바른 자세로 내게 맞는 적정 수준의 걷기를 해보자.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걸음 수’ 보다는 ‘걷는 시간’ 체크를 권장한다. 2년 만에 거리두기도 풀렸고 따뜻한 봄날씨가 이어지니 걷기에 딱 좋은 요즘이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