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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매니페스토-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4-21 20: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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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식은 약속 의례다. 만인 앞의 두 사람은 평생 서로의 곁에서 한 사람을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고전적인 약조부터 상대에게 맞춤형 배우자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리스트 공약까지, 시대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변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감정적인 매니페스토의 시간임은 분명하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라틴어의 마니페스투스(manifestus)다. ‘증거’ 또는 ‘증거물’이란 의미로 쓰이다 이탈리아어로 들어가 마니페스또(manifesto)가 됐는데, 당시는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같은 의미로 1644년 영어권 국가에 소개됐고, 그 의미가 현대사회로 이어져서 쓰이고 있다.

    ▼매니페스토의 시작은 1834년 영국 탐워스에서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더 이상 표를 얻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며 ‘탐워스 매니페스토’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제시했고, 대처 정부 이후 20년 보수당 정권을 명확한 매니페스토로 세우며 영국을 유럽의 맹주로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매니페스토 선거 운동이 도입된 것도 그 영향이 컸다.

    ▼2006년 우리나라 선거에 매니페스토 운동이 도입된 지 16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거치며 우리는 변화했다. 후보자들은 정성들인 공약으로 유권자를 기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하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내공을 키웠다. 반면 이러한 선한 노력들 사이에서 오늘도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뻥카’를 날리는 후보들도 적지 않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가 동반자를 찾듯 후보자들을 보다 깊이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희망과 믿음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밋빛 매니페스토는 결혼밖에 없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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