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오늘만큼은-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2-04-19 20:32:39
  •   

  • 재기는 장애인이다. 혼자 걷지 못해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 타인의 도움 없인 일상생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장애등급에서 경증인 5급을 받아 장애인콜택시도 활동보조서비스도 지원받을 수 없다. 재기는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복지식당’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정재익 감독의 실화가 바탕이다. 서른 후반 교통사고로 후천적 장애인이 된 그는 10여년 장애인으로 살며 느낀 모순을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비장애인은 모른다. 깜깜한 암흑 속에서 소리·냄새·촉감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휠체어가 3㎝ 턱을 넘지 못해 돌아서야 하는 참담함이나 귓속 보청기로 인해 염증이 덧나고 의족에 살이 짓무르는 고통도 알 리 없다. 값비싼 보조기기의 잔고장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불편함도 모른다. 시혜와 동정에 머무는 사회적 시선, 차별과 비하·혐오 발언을 참아내는 오래된 체념은 더욱 알 길이 없다.

    ▼한국 장애인 등록 인구는 2020년 기준 263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이른다. 20명 중 1명꼴. 적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일상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이들은 주로 집이나 시설에 격리돼 있기 때문이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 장애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고로움과 마주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에 불친절하며, 장애를 손상된 몸을 가진 한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는 경향이 짙다.

    ▼“나는 고통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 김초엽이 책 ‘사이보그가 되다’에 쓴 구절이다. 오늘은 ‘장애인의날’. 말 못할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만큼은 정성껏 들어주고 싶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고 물어보고도 싶다. 그리고 장애인이 아무 불편 없이 우리와 함께 거리를 누비고 버스를 타고 맛집을 드나드는 ‘열린 미래’를 상상해본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강지현(편집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지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