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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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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 집무실 - 윤만보 (전 경찰서장)

  • 기사입력 : 2022-04-13 21: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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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은 기존 청와대 건물을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지 않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과거정권시절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기에 국민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지금의 청와대는 언제부터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이 됐을까? 궁금하다.

    청와대 터는 원래 고려시대 이궁(離宮)으로 쓰이던 곳이다. 청와대로 상시적으로 사용되기는 조선 왕조가 개국되고 수도를 한양으로 옮겨서 경복궁을 짓고 나서부터였다. 청와대가 위치한 곳은 경복궁의 부속 후원 뜰로서 왕실 농장이나 궁중 숙위병사들의 연무장, 과거 시험장 등 궁중의 광장으로 사용되다가, 일제 강점기 시절 새로 건물을 지어 조선 총독 관저로 사용했고 해방 이후 미군정하에서는 군정청 장관의 관사 겸 정무장소로 사용했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경무대라고 명칭을 바꾸어 그때부터 대통령이 거주하면서 집무실로 사용했는데 지금의 명칭인 청와대로 불리게 된 것은 4대 윤보선 대통령 때부터였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재의 청와대를 꼭 떠나야 하는가?

    새로이 집무하는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새로이 집무할 청사 위치 조감도를 들고 나와 직접 브리핑을 했다.

    용산 국방부에서 업무를 보겠다고 하고 주변의 부지가 널따랗게 조성이 돼있어서 공원 등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기가 좋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까워 국민과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쇄적으로 이전 해야 하는 국방부 청사, 합참 본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가까운 한남동에 관사를 마련해 출퇴근을 하겠다고도 했다.

    국가의 안보 컨트롤 타워인 국방부, 합참 본부가 연쇄적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안보에 취약한 점은 없겠는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예측으로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 그러한 명분과 실리를 충분히 갖췄다고 단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기왕에 옮기기로 결정한 일이라면, 옮기는 것이 타당한 일이라면 집무실부터 먼저 옮길 것이 아니라 국방부, 합참 본부를 먼저 옮겨 놓고 문제를 점검하고 난 후에 옮겨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는지? 그것이 국민을 더 든든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주변 몇몇 사람의 의견에 의하기 보다는 전문가들로 TF팀을 꾸려서 추진을 한다면 그것이 더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데, 어째 아는 일이 시작부터 소통과는 멀게 느껴진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는 대통령 후보자가 했던 중요 공약 중에서 첫 번째 순위는 아니다.

    선거로 인한 국민적 갈등 해소, 국내 외의 여러 시급한 난제 등 다투어 처리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이는 뒤로 한 채 집무실 옮기는 문제부터 거론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임기 중 찬찬히 시간을 두고 추진해도 될 일인데 너무 성급하게 서둘러서 논란을 만드는 것이 문제다.

    윤만보 (전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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