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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무덤덤-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4-12 20: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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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죄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뉴스 영상으로 비춰진 우크라이나 거리는 여기저기 버려진 시신들로 끔찍할 정도다. 최근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인을 포함한 전체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4300만명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전쟁으로 가족과 이웃들이 하루 수백명씩 죽어 나간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죽음이 먼 이웃나라라는 이유에서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쟁이라는 미명 아래 민간인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치부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한 텔레비전에서 ‘동반자살’이라는 단어에 대한 깊은 죄책감을 안겨줬다. 동반자살은 서로 동의하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대상이 대부분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에서라든지 아니면 부모가 처한 다른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반자살’이라는 미명 아래 희생을 당해 왔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살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그 간절한 의지는 ‘내가 낳은 자식이니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부모들의 일방적인 잘못된 판단에 의해 무시되고 강제로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는 명백한 살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되돌려보면 우리는 무언가 다른 쓸모없는 명분에 휩싸여 주변의 죽음에 대해 너무 무덤덤하지 않았나 반성이 든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좀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코로나에 걸린 사망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라는 미명 아래 그들의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지 않은지 되새겨 보자.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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