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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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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7) 치아 교정이 필요한 지윤양

“못난 치아 때문에 웃지도 못하는 아이… 환하게 웃으며 가수 꿈 키웠으면”
한국말 서툰 베트남 엄마, 홀로 5명 생계 책임
하루 12~13시간 알바하지만 생계는 늘 빠듯

  • 기사입력 : 2022-04-11 20: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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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일을 계속 계속 해요, 아빠는 안 도와줘요.”

    함안군 칠원읍의 한 주택에서 아이들의 폭로전이 이어진다. 지윤(8)양과 강섭(6)군이 2012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아빠와 결혼한 엄마 이안(가명)씨를 편드는 것이다. 아이들 말대로 이안씨 홀로 자신을 포함한 이 집 5명을 먹여살린다. 그는 한국말이 완전치 않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양파나 오이농장, 하우스 등 일용직으로 아르바이트를 나가 돈을 벌고 있다. 뙤약볕 아래서 구부정한 자세로 일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 많게는 12~13시간을 밭일로 보내다 보니 허리가 말썽이다. 많이 아파도 진료비가 클까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참고 약도 먹지 않는다 했다. 그나마 일이 있으면 좋고, 다행인 것이라고 여긴다. 여름과 겨울에는 일이 확 줄어들어 가족들의 생활이 당장 어렵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고혈압과 당뇨, 디스크에 치매를 앓고 있는 86세 시아버지를 돌본다. 증상이 괜찮을 땐 폐지를 주워 술을 사드시곤 했던 시아버지는 최근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이불에 대소변을 보는 일도 잦다. 치우고 세탁하는 일, 새벽에 일 나가기 전 밥을 차려놓는 일까지 이안씨가 도맡아 한다. 아픈 시아버지까지 보살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초등학생 아이 둘을 돌보는 그가 가장 마음 아파하는 한 가지는 맏딸 지윤이의 웃는 걸 보는 것이다. 환히 웃으면 더 두드러지는 치아상태가 보인다. 지윤이는 이 하나가 윗잇몸 한가운데에 하나 더 나 있어 교정이 필요한 상태다. 보기에도 낯설고, 씹는 것도 완전치 않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윤이는 자신을 놀리는 사람이 없다지만, 엄마는 딸이 고학년으로 올라가서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가득하다. 이것마저도 베트남 엄마인 자신 때문일까 속상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움을 받는다면 하고 싶은 1순위가 다른 것 제쳐두고 지윤이에게 교정을 해주는 것이라 했다.

    “지금 봐도 이가 너무 이상하잖아요. 2년 전부터 지윤이의 치아 상태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치과에 데려갔지만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어요. 애들 아빠도 괜찮을 거라고만 했고요. 주변에 추천까지 받으면서 다른 치과를 찾고서야 상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어요. 여자아이인데 치아가 고르지 않으니 빨리 교정해주고 싶은데 교정비도 비싸고….”

    5년 전부터 얼굴 일부에 마비가 오는 ‘구안와사’를 앓고 있는 아빠 윤덕(가명)씨도 속상하긴 매한가지다. 아이들이 커가면 드는 돈이 더 많아질 테고,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노쇠해 치매도 심해지셔서 비상 상황을 대비한 목돈도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비 때문에 제대로 먹는 것이 힘들어 건강이 계속 나빠지다 보니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술에만 의지하고 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지윤양이 입을 당당하게 벌리고 자신감 있게 노래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멋져보여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강섭군의 꿈을 위해서 자신도 좀 더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솔직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거죠. 제가 이제 건강을 좀 더 챙기면서 가족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해야죠.”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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