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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조선·해양 왕국의 뱃고동 소리- 조양상(수필가·조선플랜트엔지니어링 대표)

  • 기사입력 : 2022-04-11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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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포만의 뱃고동 소리가 구슬프다. 배를 지어 선주에게 인도해 본 사람들의 귀에 들려오는 에어 혼(air horn) 소리는 각별하다. 혼이라도 담긴 듯 애절하고 웅장하다. 자식의 울음을 헤아리는 모정으로 조선소를 떠나 출항하는 뱃고동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만년 2등만 하다 2000년 초반 일본을 제압하고 세계 일등에 등극했다. 중국의 도전에 잠시 그 자리를 내어줄 만큼 힘겨워도 수주량과 생산기술력에서 아직 그 왕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월계관이 금관인지 가시관인지를 직시해야 한다. 작년 적자투성이 조선업계 결산보고가 이를 말해 준다. 조선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해양 플랜트 산업은 아직도 멀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조선 해양산업의 핵심 기자재 독점과 그 특혜를 누리는 북유럽 바이킹 후예들을 부러워해야만 하는가?

    가치창출의 기업문화와 노사관계로 무장한 일등 조선소는 물론이고, 지구촌 해양산업을 선도할 유수한 선사와 용선사를 함께 거느려야 한다. 단 한 척 뿐이던 국적 시추선 ‘두성호’마저 외국에 매각하면서 그 왕관을 조선소에만 지키라는 요구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굴지의 선사 보유국이 되고, 리그선, 해양플랜트 설비를 운용하는 용선사의 선원부터 선장까지 한국인이 차지하면 조선 해양 기자재 국산화는 자연적인 수순이다. 거제 사곡만에 계획 중인 해양플랜트산업단지 건설도 이미 완공되지 않았을까? 또한 우리나라 수출 1위 석유화학 제품의 세계시장 장악도 덤으로 주어질 것이 분명하다.

    국민과 국가가 함께 나서 조선·해양산업 전반을 국책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민주라도 발행해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해 줄 만큼 조선 해양산업을 보듬어 품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바다를 다스리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을 해양부국 대한민국이 입증할 수 있다.

    요즘 대형조선소가 위치한 지역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옥포만, 고현만, 염포만에서 태어나 오대양으로 시집가는 배들의 뱃고동 소리는 무엇을 노래할까? 부디, 친정이 조선·해양 왕국의 성스러운 포구 되라는 절절한 세레나데는 아닐는지.

    조양상(수필가·조선플랜트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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