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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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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햇볕 사용료- 김재순

  • 기사입력 : 2022-03-31 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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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가 햇살에

    머리 말린 햇볕 사용료


    나뭇가지 살랑살랑

    몸 말린 햇볕 사용료


    강아지 몸 탈탈 털어

    물기 말린 햇볕 사용료


    그 많은

    햇볕 사용료

    누가 다 내나요?


    해님이

    풀잎에서 손사래 치며

    아, 그냥 두래요.


    ☞ 햇볕의 사용료라니! 예쁘고 기발한 발상 속에는 많은 뜻이 들어 있다. ‘엄마가 머리 말리고 나뭇가지가 몸 말리고 강아지가 물기 말린 사용료’가 무료. 당연한 것 같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자연의 은총은 얼마나 고마운가. 만약 우리가 자연의 사용료를 단 하루라도 내야 한다면 세상은 온전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햇볕은 마음이 넓어서 ‘손사래 치며 그냥 두라’고 한다. 해님은 이 땅을 고루 비추어 모든 사람과 생물에게 평등하게 햇볕을 나눠준다. 햇볕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욕심 없이 순수한 자연의 마음과 닮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우리는 맑은 동심으로 돌아가 기분이 좋아진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후 햇볕 잘 받은 벚나무 가지에 꽃송이가 만개했다. 해님의 은혜를 입은 벚꽃도 그 사용료 한 푼 받지 않고 우리를 기쁘게 해준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앞으로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올 거야”라고 하셨을 때 우리는 그런 날이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햇볕에 사용료를 내야 하는 날이 온다면 어떡하지?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연을 좀 더 아껴가며 조금씩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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