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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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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22) 유공능겸(有功能謙)

- 공적이 있으면서도 능히 겸손히 한다

  • 기사입력 : 2022-03-29 08: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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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어느 선거에서나 한 사람이 당선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우는 사람 가운데는 순수하게 도우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무엇을 바라고 도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람의 욕망 가운데서 명예욕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재물욕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당선자는 도와준 사람들을 챙겨 그 공적의 크기에 따라서 각종 자리에 적절하게 임명해야 한다. 임명해 주면 만족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기의 공적에 비해서 자리가 낮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있고, 5년 내내 기다려도 임명의 손길이 다가오지 않아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배반하고 다른 당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 뒤에 따르는 인사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가장 적절한 인재를 가장 적절한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안 되고 논공행상, 자기 사람 챙기기, 코드인사 등이 되고 만다.

    예를 들면 중국대사 임명한 것을 보면, 역대 대통령들이 국가민족을 위한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1992년 수교 이래로 역대 대사 14명 가운데 중국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대사는 겨우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임명되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사람의 보상용으로 쓴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선거 때는 후보자가 제발 살려달라고 했으니, 선거 끝나면 보답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당선자는 당선된 순간부터 잔뜩 부담을 느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초반부터 다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본래 민주당 출신으로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장관을 지내고 국회의원을 여러 번 지낸 정계의 중진 한 분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의 내로남불적인 태도, 불공정, 비상식에 염증을 느끼고 윤석열 캠프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런데 3월 10일 새벽 윤 후보가 당선된 뒤 당사에서 “그동안 수고했습니다”라는 한 마디 말을 듣고서 “정권교체 이루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고 하고는 유유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윤 당선자와 대학 동기인 모 대학 교수도 열심히 도왔다. 당선이 확정되자 “5년 뒤 대통령 퇴임한 뒤에 다시 만나자” 하고는 학교로 돌아갔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활약하고, 대법관 후보에도 올랐던 법조계 인사가 조국 사태 등에 진저리를 느끼고 윤 후보를 적극 도왔다. 당선된 뒤 “자기는 인사청문회에 설 일은 없을 것이다”라면서, 정권교체로 만족하고 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처세현경(處世懸鏡)’이라는 책에 “공적이 있으면서도 능히 겸손하게 처신한 사람은 즐거우나, 재주가 있으면서 알려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욕을 당한다.[有功而能謙者, 豫, 有才而恃顯者, 辱.]”란 말이 있다.

    공적이 있다고 설치는 사람은 자신도 망하고 대통령 당선인에게까지 누를 끼칠 수 있다.

    *有 : 있을 유. *功 : 공훈 공.

    *能 : 능할 능. *謙 : 겸손할 겸.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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