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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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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유별한 남녀-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2-03-27 2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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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유사 이래로 지금처럼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의 차이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있은 적은 없어 보인다. 물론 이 일은 야만의 인류가 동물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이라는 문화 된 존재로 변화되고, 드디어 사회적 구성을 통하여 개별의 삶을 영위하고, 그리고 각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거치면서 배태해온 근원적 문제라고 할 것이다. 혈연 중심의 씨족 국가 형태에서, 그리고 가족 내에서의 개개인의 위치와 역할의 문제에 의해서 야기된 서로 간의 갈등들이 마침내 어떠한 형태로의 합의된 이성적 조화를 도출하여 낸 것이 이른바 인륜(人倫)이다. 이 인륜을 공고화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마련한 합의적 개념과 인식이 우주의 질서 즉 천륜(天倫)이다. 그렇게 천륜에 인륜을 일치시키는 과정을 인류 역사에서 거쳐 왔다.

    이러한 합의도 결국 동물성이 내재된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역사적으로 이 인륜이라는 것이 천륜을 등에 없고 정치 사회적으로 권력을 잡은 집단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왜곡하여 질서의 자기화, 즉 이해타산적 집단화를 통해 공고해진 역사적 성차별이 지극히 문명화된 현대에서도 사회적 갈등으로 심화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앞 세대의 경우 우리가 당면한 남녀 성별 간의 여러 가지 불평등 불합리한 인식적 구조, 사회적 구조를 유교의 잔재(殘滓)로 치부하면서 유교 자체를 전근대적 봉건적 적폐(積弊)로 몰아서 매도한 시절도 있었다. 유교에서 말하는 삼강오륜(三綱五倫) 등의 윤리 도덕 질서는 분명 고대사회 혈연 중심의 부족 국가에서 형성된 사회질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최초의 형성에서는 후대에서 왜곡되어 차별적 상황이 된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한 문제점들은 후대 봉건적 국가에서 이루어진 정치권력집단의 사리사욕적인 왜곡의 결과물로서 원시 유학의 평등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인류의 합목적인 인륜이 우주 천체의 합법칙인 천륜과의 조화적 일치점을 찾은 것이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이것의 결과물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인간의 질서 즉 인륜으로서의 삼강오륜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절대적 힘을 지닌 인격신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동북아 지역의 문화적 특성의 하나가 이러한 사회적 질서를 이룩한 것이다. 일음일양(一陰一陽)이 우주의 질서, 즉 천도(天道)이듯이 인간의 존재성도 남녀라는 상대적 개념이 상보(相補)이거나 대대(待對)적인 상황이 바로 인간의 도리 인도(人道)로서 즉 인륜인 것이다.

    혹 때로는 삼강오륜 중에서 부부유별(夫婦有別)이 남녀 간의 성차별을 대표하는 부분으로 지목되는 일이 있어왔으나 이는 전혀 맞지 않는 해석이다. 여기에서의 별(別)은 남편과 아내의 개별성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후대 역사에서 여성을 남자의 종속적 존재로 치부하는 습속의 여러 일들은 인륜을 저버리고 천륜을 거역한 왜곡이고 변질로서 원시 유교의 지향점과는 별개로서 봉건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부른 결과일 뿐이다. 그러한 정치 사회적 권력구조의 왜곡이 부른, 남녀 성차별이라는 이러한 모순이 극도로 문명화한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자행되는 일이 동서를 막론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동물성이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은 결과이다.

    근자에 우리 정치 권력자 중에서 남녀 불문하고 여성을 자기의 이익 내지는 감정의 처리 대상으로 여기는 행위를 행하면서 여성인권을 정치구호로 내세우는 부류가 허다히 있다. 인격(人格)이, 인성(人性)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 교양조차도 갖추지 못한 그러한 짐승들이 오히려 정치 권력자가 되어서 그야말로 인륜과 천륜을 일패도지(一敗塗地)시키는 일을 하고도 여전히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본다. 분화된 사회구조의 복잡성을 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드나 인륜의 회복만이 답이라 하겠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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