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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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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나만의 향 갖기

봄 부르는 향수, 향수 부르나 봄
오뿌·잠뿌·향멍 등 나만의 ‘코펙트럼’ 찾고 일상 기억과 감정 소환
코로나 후 마스크로 얼굴 가리면서

  • 기사입력 : 2022-03-17 21: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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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 ‘향수’ 중

    최근 뷰티시장의 성공 판도를 결정짓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향기선물이라는 탭이 따로 등장했다. 설문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내게 어울리는 향기를 알아볼 수 있고, 설문결과에 맞는 제품들을 추천해준다. ‘스몰 럭셔리’ 아이템으로 예쁜 용기와 특별한 향기로 주목을 끄는 핸드크림부터 수십만원에 이르는 향수까지 브랜드도 다양하다. 향이 주목받는 시대,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고 나만의 향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코라도 호강하자

    코로나19 이후 향과 관련된 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대부분 가리면서 색조 메이크업 대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향기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위생이 철저해지며 손세정제, 손소독제, 비누로 자주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는 빈도가 높아진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재택근무가 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코라도 호강시키자’며 자신의 공간을 좋아하는 향으로 채우고, 때때로 집 분위기를 변화시키거나 스트레스 해소와 숙면을 위해서 목적에 맞는 향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30만명이 넘어선 국내 유명 온라인 향수 커뮤니티에서는 ‘오뿌(오늘 뿌린 향수)’, 나갈 때가 줄어든 요즘, 잠들기 전 안정과 숙면을 위해 뿌린 향수를 뜻하는 ‘잠뿌(잠잘 때 뿌린 향수)’, 인센스나 향초에서 올라오는 불길이나 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표현한 ‘향멍’, 향수를 뿌린 뒤 향에 대한 주변인들의 좋은 반응 혹은 좋지 못한 반응을 일컫는 ‘호드백(좋을 호+피드백)’과 ‘불호드백’, 향의 취향 범주를 가리키는 ‘코펙트럼(코+스펙트럼)’ 등 신조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젊은 2030세대들이 병당 30만~40만원이 훌쩍 넘는 ‘니치향수’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뷰티·패션업계 전체가 들썩인다. 니치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나온 말로, 소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뜻한다. 고가의 니치향수들이 유행하면서 각 백화점들의 향수 매출도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체 향수 매출이 2018년 340억, 2019년 400억에서 2020년 500억, 2021년에는 65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기존 패션향수들이 부진에도 니치향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창원점내에서도 2018년 7억원이었던 향수 매출이 지난해 17억원으로 올랐다”며 “창원점만 해도 니치향수 비중이 2018년 25% 남짓했는데 지금은 85%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향수 만들기

    “모든 향기는 기억과 함께 입력된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여행갈 때 향수를 만들어가거나 사서 여행지에서 그 향수를 자주 뿌려요. 일상에 돌아와 다시 그 향을 맡게 되면 여행 때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할 수 있거든요.”

    창원 가로수길 짙은 청록건물에 자리한 ‘옴샨티 센트하우스’는 들어서면 바깥 세계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근대 실험실 같은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2년 반 전인 지난 2019년부터 향초, 향수, 룸스프레이들을 제작·판매해온 곳으로 코로나 이후 자신만의 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향수 제작이 가능한 조향수업이 인기가 많다. 친구나 연인, 가족들이 취향을 알아보고 추억을 쌓기에도 적합하면서다.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1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옴샨티 센트하우스에서 향수를 제작해보고 있는 모습./성승건 기자/

    향수 제작과정은 로즈, 유칼립투스, 모스(이끼) 다양한 단일향료들의 향을 맡은 다음, 좋아하는 향을 선택해 스포이드로 조합한다. 시향지에 테스트를 해가면서 조향을 수정한 후 향수베이스와 섞어 향수로 제작할 수 있다. 2주간 숙성시켜 안정화시킨 뒤 사용할 수 있다.

    도내에는 창원 향기제작소, 퍼퓸 더 블레싱, 앤드하나, 김해 카모로이, 지율, 양산 푸시폴리127, 아로마랩, 진주 두포어, 남해 유자 아뜰리에 등지에서도 향수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다.

    조향사인 옴샨티 송민정(32) 대표는 “향수를 여행갈 때 면세점에서 사는 경우가 많으신데, 해외여행을 가는 일이 크게 줄면서 향수를 만들러 오시는 분들도 있고, 여행지의 이국적인 느낌을 소환하려 찾는 분들도 있다”며 “시중 향수 가운데 로즈향이 좋지만 조금만 더 묵직했으면 좋겠다고 느낄 수 있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향을 찾기 힘들 뿐 아니라 향은 마음에 들지만 지속력이 안타까울 때도 있는데 직접 만들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향을 조합하고, 지속력도 정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 ‘어떤 향수 썼어?’ 하고 물어봤을 때의 기분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도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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