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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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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 임정향(영화PD)

  • 기사입력 : 2022-03-16 20: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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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는 정직해 얼마 전만 해도 두꺼운 코트에 머플러를 두르고 다녔으나 경칩을 지나니 기온과 바람결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연일 사상 최대를 찍는 코로나 확진자와 딱 유권자 절반에게 심각한 내상을 입힌 채 끝난 선거로 어수선한 3월이다. 그러함에도 3월이면 청춘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가끔 주말이면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노부부를 마주칠 때가 있다. 걸음은 느리지만 항상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시고 가까이 눈을 맞추며 자분자분 대화를 나누고 미소 짓는 모습이 정겹다. 언젠가 벤치에 토라진 얼굴로 혼자 앉아계시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이내 안아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 광경이 왜 그리도 정겹고 사랑스러운 ‘청춘’의 모습으로 보이던지. 그분들을 뵐 때면 예전 프로듀서한 영화, ‘죽어도 좋아’가 자동 오버랩된다.

    70대 어르신의 사랑과 성(性)을 솔직하게 다룬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내용이고 실존인물이 출연한 영화라 화제가 됐었다. 주인공은 실제 영화 속에서 청춘가를 멋들어지게 부르기도 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어르신들의 사랑과 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대중이나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칠순 나이에 무슨?’ , ‘망측하게’, ‘노인네가 뭔 이팔청춘이라고?’ 이런 표현으로 노년의 사랑에 대한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사랑은 젊은이만 하는 전유물도 아니고 유통기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은 젊든 늙든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느끼고 관계를 추구한다. 당시 영화를 계기로 어르신들의 사랑과 성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과 편견에 변화를 가지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랑한다면 지금 바로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다고 영화에서 말한다.

    누군가 청춘은 육체의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자세라 했다. 영화 제작 기간 내내 나는 그 말을 실감했다. 각자 선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최선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 아닐까? 아파트에서 마주친 어르신의 다정한 모습에서, 영화 속 열정 가득한 주인공 부부에게도,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도.

    임정향(영화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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