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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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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패자의 품격-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3-10 20: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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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으로부터 가장 역겨운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신승했다. 두 사람의 표차는 24만7000여 표이고 득표율 차는 0.73%포인트로 초박빙을 보인 가운데, 패자인 이재명 후보가 쓰린 마음을 추스리고 10일 새벽 가진 기자회견 내용이 울림을 주고 있다.

    ▼이 후보는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패배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며, 선거 기간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윤 당선인에게도 축하 인사를 빼놓지 않으면서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패자의 품격을 가장 잘 보여준 이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다. 2000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고어는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에게 득표수에서는 50만여 표 앞섰지만 선거인단수에서 271 대 266으로 5표 밀려 석패했다. 그는 승패의 분수령이 된 선거인단 25명이 걸린 플로리다주 선거가 개표와 검표, 재검표 과정을 거치며 한 달여 법정 공방을 벌이자 단합된 미국을 위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해 미국민의 통합에 앞장섰다는 평가다.

    ▼반면 패자의 품격에 먹칠한 이는 직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선거인단수에서 74표 차로 크게 패하고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의 지지자들의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주문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윤 당선인이 꼭 실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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