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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쟁(爭)과 부쟁(不爭)의 길- 박창근(김해시 하천과장)

  • 기사입력 : 2022-03-07 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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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평화의 제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이 성료된 사흘 뒤 새벽 5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다. 외교적 분쟁 해결, 연합훈련 철수 등 온갖 기만술을 흘리더니 결국 무자비한 침공을 시작했다. 올림픽과 침략전쟁이 불과 며칠 사이를 두고 일어난 것이다.

    전쟁에는 반드시 대의명분이 있다. 이 전쟁도 국민과 국익 우선주의가 총포 앞에 섰다. 러시아의 주장은 나토의 동진으로 자국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보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천연가스가 대부분 우크라이나를 통해 공급되는데 우크라이나의 자유독립은 에너지 수출에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이 명분이라고 한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 중심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 전쟁이 러시아 국민과 국익을 위한 전쟁인지 확신이 없다. 분명 러시아 국민의 총의가 아닌 것은 지금 전 세계로 둘불처럼 번지는 반전시위의 도화선이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시작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떨어지는 미사일과 포탄, 참전을 앞둔 연인의 눈물겨운 입맞춤, 맨몸으로 탱크 행렬을 막아선 시민, 어린 딸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아버지, 끝도 보이지 않는 긴 피난 행렬, 이것이 국익에 가린 비참한 전쟁의 그림자다. 전쟁의 후과는 실로 끔찍하다.

    노자의 도덕경에 유수부쟁(流水不爭)이란 말이 있다.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는다.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고 큰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지나간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난 다음 뒷물을 기다려 앞으로 나아간다. 즉, 물이 흘러가는 모양은 부쟁의 전형이란 뜻이다. 쟁(爭)과 전혀 다른 모습이며 다른 해결책이다. 지금 쟁을 멈추고 부쟁(不爭)의 전형인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인류의 오랜 역사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조만간 두 나라가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해 외교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한다. 국민의 피를 창으로 쓰거나 방패로 삼는 우를 범하지 않는 조조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나라 국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안녕을 빈다.

    박창근(김해시 하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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