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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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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이런 대통령은 없는가- 이상준(회계사·한울회계법인 대표)

  • 기사입력 : 2022-03-06 2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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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3·1운동,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남북분단…, 이 모든 불행의 주된 원인은 힘없는 나라였다. 대통령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는 모레 선출될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이 중차대한 결정에 정작 참고할만한 정보가 적다는 점이다. 아니, 적은 게 아니라 악질적 선동과 정치공작 속에 묻혀버렸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언론들도 저마다의 성향에 따라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하는 지지율 등 통계수치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프레임의 구름을 걷어내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결정적 한 방은 무엇일까? 바로 후보자 당사자를 보는 것이다. 이력서는 한 사람을 판단하는 데 훌륭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력서’는 지나온 역사를 기록한, 즉 신발(履)을 끌고 온 역사(歷)의 기록(書)이다. 혀로만 떠들어 대는 얄팍한 감언이설보다는 그 사람의 발자취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의 품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고유명사를 말하는 사람은 진실하고, 대명사를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다’는 점이다. 두루뭉술하게 한 말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온갖 말 바꾸기 논리를 동원해 변명을 들이댈 게 뻔하다. 반면 구체적으로 한 말은 복선이 없고 단순하므로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막무가내로 쏟아낸 공약에 대한 이행을 검증받겠다는 후보는 아무도 없으니, 이런 선택방법을 쓸 수밖에.

    이렇게 ‘취임사’를 말하고 실천할 대통령은 없을까!

    첫째, 맑고 공정한 사회를 최상의 과제로 삼겠습니다. 정치가 맑아야 경제가 맑아지고, 경제가 맑아져야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국민화합이 성취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명언처럼 저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위반 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저와의 학연·지연관계 여부를 불문하고, 심지어 제 가족이라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드린 말씀은 이 순간부터 국민 여러분들과 맺은 계약서입니다. 계약을 위반할 경우 저부터 처벌을 더 혹독하게 받겠습니다. 소위 높은 위치일수록 미치는 여파도 그만큼 큰 법입니다. 같은 죄를 지어도 처벌의 수위는 더 높아야 하는 게 공정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는 그와 정반대였지만 말입니다.

    둘째, 언론도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감시해 주십시오. 잘한 건 잘한 대로 잘못한 건 잘못한 대로 공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주십시오. 보도지침이니 악성보도니 따지기 전에 팩트를 알 권리가 최우선이지 않겠습니까.

    셋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을 지향합니다. 요즘 기업경영의 화두인 내부통제제도(Internal Control)라는 개념은, 권한을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핵심입니다. 비리가 터진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소는 이미 없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설령 불량한 마음을 먹더라도 독단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라 살림도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습니까.

    넷째, ‘몰랐다는 변명’은 하지 마십시오. ‘몰랐다는 변명’이 법률 상 몽둥이 개수는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겁나는 당신의 뒷모습은 걷잡을 수 없이 추해진다는 사실도 아셔야 합니다. 겁납니까? 그렇다면 당장 보따리 싸서 그 위치에서 떠나십시오. 국정을 각 분야를 맡고 있는 장·차관, 실·국장, 각종 재단이사장·위원장에서부터 말단 말직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칙 아니겠습니까. 각자 제 자리에 걸맞게 정확히 그리고 많이 다양하게 알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십시오.

    혀로만 국민을 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늘 가슴으로 국민을 품고 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정치학 이론보다 인간을 선택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상준(회계사·한울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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