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가고파] 봄날-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3-03 20:38:56
  •   

  • SNS 이웃의 마당에 매화가 꽃을 피웠다.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귓바퀴를 할퀴고 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꽃봉우리를 내미는 것을 보니 살포시 봄이 왔음을 알리나 보다. 하지만 쉽사리 두꺼운 겉옷을 벗진 못하겠다. 기온은 올랐지만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에 잔뜩 곤두서 있는 차가운 시선과 3년째 꺾이지 않고 활개 치는 코로나는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할 뿐이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음을 느끼는 건 기분 탓일까.

    ▼내일(5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이날은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조선시대 왕실은 경칩 이후에 갓 나온 벌레와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봄기운과 함께 깨어나는 새로운 희망의 시작을 의미한다.

    ▼경칩의 대표적인 풍속으로 보리싹점, 개구리울음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보리의 싹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잘 자라 올라오면 풍년,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한 개구리의 첫 울음소리를 듣게 되는 상황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했다고 한다. 경칩에 이런 점을 치는 것은 겨울 동안의 휴식에서 깨어나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선조들의 풍년을 기원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것일 게다.

    ▼오늘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대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얼어 있고 잃어버린 것들로부터 따뜻한 봄날을 되찾기 위해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최선이 될 수 없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지만 판단은 우리들의 몫이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던 조상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지금의 춥고 힘든 상황을 따뜻한 봄날처럼 바꿔 나갈 수 있는 소중하고 간절한 한 표다. 잘 뽑고 잘 찍자. 밝고 따뜻한 봄날을 위해.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