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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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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영부인-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3-02 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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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려워하거나 울지 않을 것입니다. 차분하고 당당할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옆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남편 옆에, 당신(국민)과 함께. 나는 우크라이나를 사랑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가 러시아의 침공 다음 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온 나라가 참혹한 절망에 빠진 지금,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도 블로디미르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 곁에 남아 따뜻하고 용기있는 응원을 전하고 세계인의 지지를 호소하는 그의 메시지가 자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감동을 사고 있다.

    ▼영부인, 대통령의 부인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퍼스트 레이디라는 법적 지위가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공식 직책을 주진 않는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공직자가 아니기에 직책도 지위도 없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역대 우리나라 영부인은 프란체스카에서 시작해 공덕귀, 육영수, 홍기, 이순자, 김옥숙, 손명순, 이희호, 권양숙, 김윤옥에 이어 현재 김정숙 여사까지 11명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처럼 대선 후보의 아내가 화두가 됐던 선거가 있었던가.‘영부인 후보’들로부터 불거진 각종 비리 논란은 선거판을 뒤흔들 정도로 거셌다. 결국 전례 없던 영부인 후보 두 사람의 국민 사과로까지 이어졌고, 논란만큼 관심도 높아졌다. 덩달아 영부인 의전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 부속실 존폐가 대선 이슈로 부각하기도 했다.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 권한의 적절성은 이제 우리 사회 숙제로 남았다. 다만 한 나라 지도자의 아내 또는 남편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게는 올레나 젤렌스카의 SNS 처럼 그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내일은 사전 투표의 날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협 받는 공포 속에서도 차분하고 당당하게 국민들을 위로하고 세계 여론을 집중시키는 영부인의 품격은 이번 선택의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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