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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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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의 의미-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2-24 21: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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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동안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했던 구호활동가 한비야는 2009년 미국 보스턴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로 유학을 떠나기 전 남긴 자신의 흔적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 펴냄) 출판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해 “나는 99℃가 아니라 100℃로 사는 세상을 알아버렸다. 공부가 어렵겠지만, 물을 끓이지 못하는 99℃로 미지근하게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심리학에서 핵심 요인으로 일어난 본질적 변화 현상을 ‘99℃ 이론’이라 부른다.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해 99℃가 되면 더 이상 물로써 활용할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1℃만 더 끌어올리면 수증기가 발생하고 이는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 그래서 99℃ 이론에서 1℃는 이른바 ‘결정적 한 방’이라 부른다. 이런 결정적 한 방이 일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차이가 큰 격차를 만든다. 결정적 한 방은 마치 임계점처럼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전환되는 경계선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서 질적 변화는 성공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자수성가해서 자산을 모으든, 업무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든 모든 성공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이룰 수 있다. 진정한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 축적된 노력 없이 성공 요인만 찾으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대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가 상대방을 주저앉힐 결정적 한 방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양 캠프에 상대방의 각종 의혹과 비리가 쏟아지고, 유세장에선 폭력배들이나 사용할 언사들을 스스럼없이 구사하는 등 선거판이 네거티브 일색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 모두가 이성을 잃은 듯 정책 제시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상대 죽이기에 광분하고 있다. 진정 유권자들이 이런 모습을 원하고 바랄까? 99℃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부족한 1℃를 채우기 위해, 결정적 한 방을 찾기 위해 후보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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