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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방과 농촌 살리는 첫걸음 ‘고향사랑 기부제’- 양진석(농협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 2022-02-23 2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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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2021년 10월 19일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가 제정됐다. 농협, 농민단체, 언론, 지자체 등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나는 2018년 10월 10일 모 신문사를 통해 고향세 도입 당위성을 기고한 적이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출향 인사가 고향 또는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중앙 및 지방 정부로부터 일부 세제 혜택은 물론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지자체는 그 보답으로 세금을 기부해 준 사람에게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 상품을 답례하기 때문에 지역 특산품 소비도 늘어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2020년 5월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체의 46%가 가까운 미래에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문제는 2021년 10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소멸위험 시·군·구가 2017년 기준 85개에서 2021년 108개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에 총인구의 50.24%가 거주하고 있어서 이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의 인구를 초과했다. 특히 청년층인 40대 미만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이동이 크게 발생했다. 따라서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도시·농촌 간 빈부격차 심화, 수도권 인구 집중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에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방 인구 감소와 갈수록 벌어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격차를 줄여 지방 소멸 위험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2008년 일본에서 농어촌 지자체가 인구 감소와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고향세(후루사토 납세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개인은 자신의 고향이나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과 함께 기부받는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았다. 일본은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해 고향세 정착에 많은 기여를 했다. 2017년 한국갤럽·농민신문 공동 ‘고향세’ 설문조사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을 제공하면 기부 횟수와 금액을 늘리겠느냐는 질문에 답변자의 71%가 ‘그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개인은 1인당 500만원 한도에서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 금액의 30% 내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데, 세액공제는 10만원 이하는 전액, 10만원 이상은 최대 16.5%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의하면 도시민을 대상으로 고향세에 대한 인지도 질문에 고향세를 안다고 답변한 비율이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향에 기부하는 고향세 제도가 내년에 시행되는데 100명 중 94명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아직까지 기부 대상자인 도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고 하니 염려가 된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3월 9일)와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가 치러짐에 따라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 정부 시행령 초안 및 표준 조례안 마련, 지자체 조례 제정, 답례품 공급 업체 및 품목 선정 등 철저한 준비로 시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농협은 ‘고향사랑기부제 추진대책위원회’, 일부 지자체들은 ‘고향사랑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도입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므로 일본도 정착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답례 품목은 일본 사례처럼 고향에서 생산되는 지역 특산품인 농·축산물을 제공한다면 향우들도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고, 고향을 돕는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직업 특성상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근무지마다 지역 향우회 모임에 참여했다. 현재 재창원고성향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많은 향우들은 고향 발전을 위해 돕기를 원한다. 하루빨리 도시민들과 향우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고향사랑 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지방과 농촌이 도시와 함께 잘 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양진석(농협순회검사역·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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