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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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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7) 신불산 간월재

무수한 나비 떼로 날아올라 눈꽃처럼 사라지는

  • 기사입력 : 2022-02-22 21:09:11
  •   

  • 억새 -이서린

    1.

    그것이 고독한 흰 늑대였는지

    뒤돌아보던 머리 흰 사내였는지

    2.

    모질고 건조한 바람은 눈물도 피도 증발시켜

    세상은 버석거리며 목쉰 소리를 낸다

    삶이란 살아내는 것

    흔들리지 않기란 형벌 같은 것

    지나가는 입김이나 휘파람에도

    온몸으로 반응하고

    지는 해에조차 환하게 웃다

    무수한 나비 떼로 날아올라 눈꽃처럼 사라지는

    3.

    천지가 달과 고요에 휩싸인 밤

    출렁이는 물결 속 형형한 눈빛으로 돌아와

    장엄한 바다를 펼쳐 보이며 목놓아 우는

    억새

    억새

    저, 사내


    ☞겨울 끝과 봄 사이. 간월재는 여전히 등산객이 많다. 경남 양산과 울산에 걸쳐져 있는 신불산, 간월산은 영축산과 재약산이 이어져 있어 산을 오르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등산 코스로 잡는 곳. 영남 알프스로 불려 등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들도 많이 찾아 자연을 즐기다 간다. 간월재는 해발 약 900m지만 거의 600m 정도까지는 차가 올라갈 수 있다. 걷는 것에 자신이 없어도 반 이상을 차로 갈 수 있으니, 관절이 안 좋은 사람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경사가 완만한 편이니 운동화에 일상복 차림으로도 간월재를 오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간월재의 억새 군락지는 탄성을 자아낸다. 달빛을 받으면 눈부신 파도를 일으키고, 햇빛을 받으면 나비 떼가 날아오른다. 봄이 머잖은 지금은 눈꽃으로 사라졌을 억새꽃. 요즘 외래종 핑크뮬리가 인기라 여러 지자체에서 심고 홍보도 하지만, 하얀 억새에 비길 바가 못 된다. 바람이 불면 통곡이라도 할 것 같은, 나는 억새가 단연 좋다. 향기와 빛깔이 좋다는 꽃보다도 좋다. 결의에 찬 조선의 백성 같기도 한 억새. 그 장엄함에 가슴이 울컥한다.

    시·글= 이서린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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