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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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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올림픽, 미중관계, 대선을 보며-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2-22 20: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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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많던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는 끝나고, 한국의 대선 빅게임은 아직 뜨겁다.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역사적 종전선언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한 몇몇 국가들이 외교적 올림픽 보이콧을 단행함으로써 미중관계는 사상 최악이고, 문 정부의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됐으나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룰 메이커가 아니다. 그럴수록 외교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나 이전투구 대선에서 ‘세계 속 한국’의 갈 길에 대한 토론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중에도 대선 과정에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2030 세대가 냉전적 이념의 틀에서 자유롭게 현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태어난 세대라는 역사적 조건의 산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6·25 전쟁을 ‘항 미조 국 전쟁’ 운운하며 BTS를 비난하고, 올림픽 게임 진행 과정에서 편파적 불공정을 보이는 중국에 대해 기성세대보다 거침없이 비판한다. ‘대국’에 굴종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문화적 대국이라는 자부심도 있는 듯하다. 부패나 ‘꼰대’ 행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며, 처음으로 대선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희망적인 다른 하나는 ‘너 죽고 나 살자’는 대선 정쟁 속에서도 여야 사이에 수렴 현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리멸렬하던 보수 야당의 ‘정치 초보자’ 윤석열 대선 후보는 대구, 마산, 광주 등지를 오가며, ‘박정희, 김영삼, 노무현 정신’을 배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의 적자(嫡子)를 자임하는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와 그 지지자 국민들에 대해 친일 독재자, 토착 왜구 등의 낙인으로 핏대를 올리더니, 뒤늦게 이승만, 박정희 묘소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공과’와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탈이념적인 2030 세대 표심을 잡으려는 몸부림 같기도 하다. 국민 앞의 공언이니 그 사회적 무게와 구속력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닌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역사관, 국가관의 엄청난 차이와 현재 진행형인 그 대립은 청년 시절에 겪은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한 극명한 입장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심대한 대립의 뿌리는 무엇인가? 이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

    올해는 그 ‘유신 쿠데타’ 50주년이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50주년이다. 1972년 2월, 한국전쟁 후 최초로 ‘미국 제국주의와 중국 공산당’이 소련 보란 듯이 화해하고, ‘자유중국’을 유엔에서 축출하는 탈냉전의 대전환으로 박정희와 김일성을 큰 배신감과 충격에 빠뜨렸다. 그 후폭풍으로 적대하던 남북한 당국자가 7·4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사이좋게 10월 유신 쿠데타와 김일성 주체사상 독재로 치달았다. 50년이 지나면서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한국의 ‘개발독재’를 배우며 급성장하여 이제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한국까지 동북-문화 공정으로 위협하는 또 다른 대전환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시장경제화가 자유민주화로 이어질 거라는 오랜 기대가 환상임을 깨닫고, 다시 대만을 중시하고 있다.

    북한은 가장 낙후한 봉건적 일당체제를 유지하며, 핵으로 한국과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반도-동북아 정세다.

    대만, 우크라이나 등 지구촌 도처에 전쟁의 먹구름이 생기는 가운데, 북한과 미·중 두 나라, 이웃 일본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며, 이 나라와 민족의 명운을 올바르게 개척하는 길인가? 젊은 세대 앞에서 기성세대 정치권은 낡은 이념으로 포장한 사리사욕, 당리당략을 버리고 진실로 실사구시 해야 겨우 비슷한 답이라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경세(經世)는 가정과 직장, 조직의 수신제가(修身齊家) 수준만큼 가능할 것이다.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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