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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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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의령 망개떡

향긋한 망개 한 잎 쫄깃한 쌀떡 한 입
치대고 가래떡 뽑아 다시 펴는 등
다양한 공정에 손 많이 가지만

  • 기사입력 : 2022-02-10 22: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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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개떡은 경상남도 의령지역에서 5월 단오 때부터 한겨울까지 만들어 먹던 전통음식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나무)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인 망개나무에서 유래했다.

    청미래덩굴, 즉 망개나무 잎으로 싸는 떡이라 해서 ‘망개떡’으로 부르게 됐다. 청미래덩굴을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라 하고, 호남지방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라 부른다.

    청미래덩굴은 백합목 백합과 덩굴식물이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산기슭 양지, 산비탈, 야산 및 수풀가 반음지에 자생한다. 뿌리는 굵고 꾸불꾸불 옆으로 뻗으며 줄기는 마디마디 굽으면서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다.

    망개떡이 의령군 특산품이 될 수 있었던 건 의령에 유달리 청미래덩굴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굴산에는 군락지가 사방에 널려있었다. 의령읍 하리 수암마을은 일명 ‘청미래마을’로 불리는데 농촌체험객을 상대로 망개떡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부는 2011년 의령망개떡을 ‘지리적표시제 등록 제74호’로 지정했고 이때부터 의령이 ‘망개떡 1번지’로 공식 인정받게 됐다.

    ◇제조 방법

    망개떡은 멥쌀로 빚은 떡이다. 그런데도 찹쌀로 만든 떡보다 더 쫄깃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다. 방부제 등의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전통적 떡맛을 유지하고 있다. 망개떡은 제조 후 하루가 가기 전에 먹어야 쫄깃한 식감을 더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떡은 두세 가지 공정만으로 만들어지지만 망개떡은 다양한 공정이 필요해 만들기가 까다롭다.

    망개떡은 먼저 물에 불린 멥쌀을 가루를 만들어 쪄 낸다. 쪄 낸 떡을 찰기가 있도록 반죽을 여러 번 치댄다. 그런 다음 더 쫀득하고 찰지도록 하기 위해 기계에 넣어 가래떡으로 뽑아낸다. 뽑아낸 가래떡을 다른 기계로 옮겨 길쭉하고 납작하게 뽑아내 손바닥 크기(6㎝ 내외, 30g 정도)의 사각형(떡피)으로 자른다. 떡피에 팥앙금을 넣고 망개 잎 2개로 감싸서 마무리한다.

    망개떡은 한여름(6∼8월)의 신선한 망개잎을 따서 사용한다. 여름에 따서 깨끗이 손질해 독특한 성질을 잃지 않도록 급랭시켜 잘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까지 사용했다. 그러다 의령망개떡 대표인 임영배(75)씨가 1990년대 초반 망개 생잎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 염장법을 개발하면서 사시사철 망개잎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염장한 망개잎은 잎의 불순물과 독성이 제거되고 쌉싸라한 맛도 사라지면서 향긋한 향까지 나게 한다.

    염장 중인 망개잎.
    염장 중인 망개잎.

    염장한 망개잎을 사용할 때에는 잎을 물에 깨끗이 씻고 뜨거운 증기에서 한번 삶아 소금기를 빼 낸 다음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 냉장 보관해야 한다. 일단 쪄낸 잎은 3일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망개잎으로 떡을 싸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수분유지가 되며 부패를 방지하는 약효성분으로 여름철에도 쉽게 쉬지 않으며 향기가 배어 독특한 맛이 난다.

    망개잎은 다른 채소류와 비교해서 단백질이 많고 무기질과 식이섬유, 엽산이 풍부한 편이다. 각종 당질이 많아서 특유의 단맛이 나며, 비타민 C의 함량이 높다. 망개잎에는 여러 종류의 스테로이드 사포닌(Steroid Saponin)을 함유하고 있다.

    망개떡에서 망개잎만큼 중요한 것이 팥이다. 팥은 수차례 씻어 껍질이 물러지게 하고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어 장시간 고아서 체에 받쳐 껍데기를 걸러낸다. 걸러낸 물을 가만히 두면 고아진 팥은 가라앉고 물이 뜨는데 그 물을 걷어 낸다. 그리고 남은 팥의 물기를 짜내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건조를 시키면 팥앙금이 완성된다.

    팥을 재료로 사용하는 떡은 성질상 장시간 유통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망개떡은 망개잎의 즙이 떡속에 깊이 배어 천연 방부제 효과를 발휘하면서 특유의 맛과 영양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떡피에 팥소를 얹은 모습.
    떡피에 팥소를 얹은 모습.

    ◇망개떡의 유래

    멀리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시대 의령에서는 강국인 백제에 처녀를 시집보내는 정략혼인을 장려했다고 한다. 이때 이바지 음식(갓 혼인한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장만해 가는 음식)의 하나로 신랑집에 망개떡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떡이 상하지 않도록 망개잎으로 싸서 보관해 전시식으로 이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이외 일제시대 때 독립군들이 산속으로 피신 다닐 때 밥 대신 떡을 만들어 망개잎에 싸서 흙먼지가 묻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해 간편하게 먹었다는 얘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망개떡이 가득 쌓여 있다.
    망개떡이 가득 쌓여 있다.

    ◇떡 품목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 등록

    현대에 들어서서는 1950년대 중반 의령에서 망개떡이 처음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 의령에서 3대째 망개떡을 만들고 있는 ‘의령망개떡’ 대표 임영배(75) 씨는 1956년부터 모친이 의령에서 망개떡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의령에서는 의령망개떡을 비롯, 부림떡전문점(주), 의령망개떡 김가네, 낙원떡집, 의령토속식품, 의령부자망개떡, 방앗간안지, 대의오서방의령방개떡, 이부자방앗간 망개떡 등 9개 업체가 망개떡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의령망개떡 등 6개 업체는 의령망개떡협의회(회장 구인서)를 조직해 망개떡 전통 계승 및 품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의령 망개떡 일부 제조업체들은 전통적인 망개떡 제조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재료의 떡피에다 딸기와 견과류, 자색고구마 등으로 만든 다양한 소를 앙금으로 넣는 등 제조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망개떡을 제조하는 모습.
    망개떡을 제조하는 모습.

    의령망개떡협의회는 2021년 12월 31일 지리적표시 유지·발전·홍보 등을 위해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우수단체로 선정돼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장상을 수상했다. 의령망개떡협의회는 공동브랜드로 ‘자연한잎’을 사용하고 있다.

    의령망개떡은 의령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지난 2011년 지리적표시제 제74호로 등록됐다. 지리적표시제는 농산물의 품질과 명성 등이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고 해당 농산물이 특정지역에서 생산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제를 말한다. 의령망개떡은 2011년 3월 떡 품목 최초로 지리적표시 등록을 받으면서 의령은 명실상부하게 망개떡 생산 메카로 인정받게 됐다.

    의령망개떡이 전국적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망개잎 염장법 개발 등 업체들의 전통 제조법 계승 및 혁신 노력과 전국 유통이 가능하도록 한 의령군의 망개떡 육성 정책 때문이다.

    의령군은 2010~2012년 총 30억원을 투입해 의령망개떡 명품화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추진 사업들은 △의령망개떡 지리적표시제 등록 △의령망개떡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 △유통기간 1일에서 냉장 3일, 냉동 6개월로 연장 △공동브랜드인 ‘자연한잎 의령망개떡’ 개발 △소비트렌드 맞춤형 소포장제 개발 등이다.

    의령군은 2012년 이후에도 추가로 7억여원을 들여 망개떡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는 등 망개떡 명품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명현 기자 mhkim@knnews.co.kr·사진= 의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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