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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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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인간은 괴물이 될 것인가-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2-01-26 2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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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어난 실력을 가진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그의 도전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엄청난 연구와 노력 끝에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피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괴물의 모습이었고, 실망한 그는 괴물을 버린다. 버려진 괴물은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버려진 괴물이 창조주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기괴한 모습의 인조인간을 탄생시켜 이후 SF소설과 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을 창조한 프로메테우스는 나약한 인간을 위해 신들만 사용하는 불을 훔친다. 덕분에 인간은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진 신이었고, 그 어떤 신보다 인간적이었다.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은 프로메테우스와 달랐다. 피조물의 모습에 실망하고 그를 버린다. 만들어진 존재인 괴물은 흉한 외모를 가졌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 따스한 햇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산들바람이 부는 들판에 감동하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다. 사람들이 다정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저렇게 타인과 소통하며 지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가진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고 상처받은 괴물은 외로움과 고통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반려 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홀로 세대가 많아지면서 반려 동물도 급속히 늘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외로움을 달래고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양육 인구가 늘어가는 반면, 반려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기 어렵고, 털도 많이 날리며, 짖는 소리 때문에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유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도 피조물에 불과하다. 인간이 신의 작품이건 자연의 부산물이건, 피조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원치 않게 생명을 얻었다는 점, 이 지구 상에 던져졌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이나 반려 동물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듯 타인과 반려 동물을 돌볼 필요가 있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는 인간의 조건을 묻고 있는 듯하다. 흉측한 모습이지만 지성과 감성을 가진 괴물은 인간인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버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인간인가? 반려견을 유기견으로 만드는 인간은 인간적인가? 버려진 유기견이 야생으로 돌아가 인간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임을 프랑켄슈타인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는 과학의 시대 21세기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양산하고 있다. 유전자 복제, 인공지능 등 인간의 과학기술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 행동은 언제나 결과를 가져온다. 과학기술이 가져올 결과를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창조주가 되겠다는 야심으로 파멸을 초래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이제 그가 만든 괴물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신이 괴물이 된 셈이다. ‘이것이 괴물이다’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괴물을 만드는 것은 사회의 시스템이고 우리의 생각이다. 괴물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고려하지 못하고 특정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 혐오를 키우고 배제시키는 사회는 인간적이지 않다. 인종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성 소수자 혐오, 왕따, 반려 동물 유기 등 우리의 현재 모습은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은 과연 괴물이 될 것인가? 자신을 돌아볼 시점이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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