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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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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갈등 ③

최낙명 (창원 몸그린한의원 원장)

  • 기사입력 : 2022-01-17 0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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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생(養生)’이란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한의학에 ‘치미병(治未病)’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발병 전에 고친다로 예방의학을 뜻한다.

    의학의 목적은 삶의 질의 향상이다. 발병이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하는 것이 의학이란 학문이 가지는 최종목표이다. 이 양생의 패러다임을 현대사회에 맞게끔 재정립하는 것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합류지점이다.

    초기인류에게 질병이란 생명과 직결되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이유는 감염과 전염 때문이다. 이 둘은 시급을 다루기에 패턴은 급성이었다. 여기서 서양의학은 감염과 전염을 극복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항생제의 발견이 대표적이며, 유전학에 있어서는 인간이 조물주의 영역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모든 질병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라 누구나 환호성을 질렀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유는 현재의 질병패턴이 만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 있어 선진국들의 경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자는 생활습관이란 것이다. 이를 관리하는 것이 건강관리며, 양생이라 일컫기에 처음부터 그만큼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제까지 현대의학의 발전방향은 환원론 쪽이었으며, 한계에 도달하여 그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이란 학문의 궁구(窮究)를 전체론 쪽으로 바꿔볼 필요가 있다. 2002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 시드니 브레너가 한 말을 인용한다.

    “어떤 면에서 지난 60년 동안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모든 연구는 기나긴 간주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긴 간주곡은 끝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그대로 있고, 우리는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상처 입은 생물이 어떻게 이전의 구조를 똑같이 재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작은 난자에서 하나의 생물이 탄생하는가? 향후 25년 내로 우리는 생물학을 전혀 다른 언어로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생물학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 아직 나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모든 논리가 분자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시계장치’ 메카니즘을 넘어서야 한다.”

    서양과학의 환원론적 세계관의 정점에 이르는 석학이 한 말이다. 환원론은 세밀한 분석의 결과를 다시 합치면 온전한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그것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고 앞으로 다가올 통합의 시대를 예견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합류지점은 양생으로, 관점은 한의학의 생리·병리에 기반하며, 실제적용 시 법규를 통한 인류애를 목표로 해야만이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가지는 엄청난 가치가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온고지신이다. 의철학자 알렉스 브로드벤트는 ‘medicine’은 ‘치료적 논지’가 아닌 ‘탐구적 논지’에서 정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의학의 ‘핵심적 권한’은 치료에 있지만, 이러한 점에 집중해 의학을 정의 내릴 때 우리는 “현재 의학이 기반하고 있는 과거의 기반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취하게 되며 전통들 간의 유익한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낙명 (창원 몸그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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