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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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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원특례시의회, 이름값을 하라- 윤봉현(전 마산시의회 의장)

  • 기사입력 : 2022-01-12 20: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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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 우리말인 ‘이름값을 한다’는 ‘명성이 높은 만큼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창원시는 올해 1월 13일부터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에 주어지는 특례시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창원시의회의 모습을 쭉 지켜본 필자의 눈에는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는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많아 의원 개인의 소신이나 가치나 명분은 사라지고 오직 정당의 하수인처럼 움직였기에 폐해가 더 컸다.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주권과 자율권, 의결권이 침해 당하는 상황에서도 개인이나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의회는 침묵했다.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손태화 의원이 지역구 행정복지센터 주민자치회 사무실 개소식에서 행한 축사를 문제 삼아 동장과 창원시공무원노조가 고소·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지역구의 행정복지센터와 시의회 앞에서 거의 한달 가까이 시위를 하고 규탄집회를 했으며 전국의 여러 언론에 시의원의 갑질 막말 이란 내용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에서 창원시의회의 대응은 어떠했던가. 계속되는 시위는 의원과 의회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며 자주권과 자율권을 저해하고 의원과 의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중차대한 외부의 공격임에도 의회가 나서서 어떠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손 의원에게 공무원노조와 당사자에게 사과해 좋게 해결하라는 식의 중재를 했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잘못한 것이 없는 동료 의원에게 사과를 해서 좋게 해결하라는 것은 당해 의원을 두 번 죽이는 상황이 아닌가.

    다행히도 지난해 12월 11일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의회의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시 행정에 날 선 공격과 지적으로 시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의원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이는데도 의장단의 태도가 무능 무지 무감각의 안일함으로 읽힌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훨씬 더 앞서 있었던 국민의 힘 박선애 의원에 대한 시장 고발사건 또한 의장단의 대응은 이번과 특별한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시장과 시정에 대해 까다롭게 질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이 거슬리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의원의 약한 고리가 보이면 그것을 잡고 제어하려 한다. 이러한 것들을 막아주고 의회의 명예와 자주권 자율권을 지켜서 의원과 의회가 그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장단에 주어진 책무이고 권한이고 의무이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의회가 의원들에게 표창을 남발한 문제이다. 이러한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한 의원들의 정당한 표창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제발 여와 야가 갈려서 편싸움 하는 의회가 아니라 갈등을 접고 시민의 이익을 생산하며 이름값 하는 창원특례시의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윤봉현(전 마산시의회 의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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