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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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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길동무에게- 박동소(함양군 독림가)

  • 기사입력 : 2022-01-11 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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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게, 우린 초등학교 동창생이 아니던가? 아니 자네와 나에게는 국민학교가 자연스러울 테지?

    새해 일출을 맞이한다고 부산떨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또 한 해가 지나갔네. 참 쏜살 같고 무심한 세월일세. 칠십 축하한다며 화환을 보내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일흔 하고도 다섯을 더하려 하네.

    트럭을 타고 간 수학여행이 그렇게 신났던 때가 어언 육십 여년 세월이었고, 푸른 모자에 푸른 옷을 입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때가 오십 여년, 그 세월도 잠시라 싶은데 그깐 열두 달이야 싶다네.

    이럴 땐 요즘 정치인들이 국민들 앞에서 하는 군대 갔다 오지 않은 온갖 이유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네.

    여보게, 나의 생각이 어떤가?

    요즘 젊은이들의 효에 대한 인식도 우리들 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네. 어찌하랴! 이고 살아온 하늘이 우리와 다를진대 다른 것이 어디 그뿐이랴! 너무 서러워 말게. 화가의 화폭에 담기는 멋진 노송의 자태와 산삼의 신비한 향기가 어찌 젊은 소나무와 풋 삼에 있으랴!

    자넨 요즘 ‘아코디언’을 배운다면서? 참 잘했네. 그러고 보니 자넨 ‘아코디언’에 겨울의 여정을 담아내는 멋진 노신사일세. 난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다네.

    또 텃밭에 몇 가지 채소도 가꾸고 있다네, 내 마음 가는 대로 심은 거라네. 아침에 가보면 밤새 많이 자라 있었네. 거둬가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나는 한번도 해본 일이 없지만 자연은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싶네.

    그곳에는 사랑과 감동, 삶의 지혜가 있었고 과학이 있고 탄생의 비밀과 태초의 소리도 있다네. 하여 나에게 자연과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최고의 스승을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네. 광활한 우주, 그 속에 있는 보잘것없는 인생이 아니던가! 회자정리라, 만남은 이미 헤어짐의 시작이라 하던가! 자네와도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만 슬퍼지네. 새벽 잠이 왜 없는지 자넨 아는가? 뉘우치고 감사할 시간을 주기 위한 창조주의 깊은 배려라고 하네.

    그래서 난 요즘 새벽 시간을 많이 많이 가지려 하고 있다네. 따뜻한 차 한잔 놓고 앉으면 어느새 심신이 경건해지고 일찍 깨워준 창조주의 배려에 매일 감사드리고 싶어진다네. 언제 우리 한번 만나세. 산행을 해 보고 싶네. 잊지 말게나. 자네 아코디언 갖고 오는 일. 난 ‘기타’ 갖고 가겠네. 막걸리는 내가 준비하겠네.

    새해에는, 더욱 힘이 실린 자네의 목소리를 듣고 싶네. 그곳에서 만나 보세나. 자네와 나 순수 시절의 자취가 있는 그곳, 엄마의 가슴과 아버지의 회초리가 있든 곳, 할머니의 옛 이야기가 있었고, 할아버지 잠들어 계신 고향이 아니더냐!

    지리산 능선에 펼쳐지는 석양의 연출이 요즘 장관일세. 임인년에 지리산 자락에 사는 벗이.

    박동소(함양군 독림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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